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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1/07 2004년의 영화들 - 상반기 (2)

2004년의 영화들 - 상반기

Posted 2005/01/07 23:47, Filed under: 주절주절/영화
[실미도] : 1월 5일, 메가박스 9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관객수 천만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던 [실미도]. 내가 봤을 당시는 천만명을 돌파한 시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화의 인기가 한창일 당시였다.

[실미도]는 썩 잘 만든 영화다. 다만 과연 이 영화가 관객 천만명을 넘는 최초의 영화가 되었어야 했는지는 좀 의문이다. [올드보이]나 [살인의 추억]이 실미도보다 더 괜찮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원에서 뒤진 것은, [올드보이]의 경우는 터부를 넘는다는 불쾌감과 잔인함이, [살인의 추억]은 연쇄강간살인이라는 소재의 끔찍함이 작용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송강호설경구와 안성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안성기는 언제나와 똑같이 감정 없는 대사읊기를 했을 뿐이었고 송강호설경구는 배역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 유명한 '비겁한 변명입니다' 장면의 경우, 난 다시 볼 때마다 항상 그 어색함에 닭살이 돋는다) 송강호설경구의 배역을 정재영이 했더라면 낫지 않았을까. (물론 정재영은 자신의 배역을 잘 소화했지만)
주요 배우들 중에서 가장 실감나게 연기를 펼친 건 허준호였다.


[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 : 1월 14일, 메가박스 1관
http://www.onecent.x-y.net/tt/index.php?pl=33&ct1=1&ct2=1 참조.


[라스트 사무라이] : 1월 23일, 메가박스 6관
일본 천황의 거슬릴 정도로 서투른 영어, 그리고 사무라이 대장으로 나온 일본인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말을 타고, 검을 뽑아들고 돌진하는 사무라이들과, 그들을 향해 무차별로 총알을 퍼붓던 기관총을 대비해서 보여 준 클라이막스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땀과 열정, 그리고 그것을 밀어내는 차갑고 무신경한 기계. 전자계산기의 등장으로 쓸쓸히 내몰리는 주판이 떠올랐다.

기계가 결코 대신해줄 수 없는 것, 기관총을 향해 무작정 돌진하는 사무라이들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런어웨이] : 1월 31일, 씨네씨티 5관
기대하지 않은 영화였는데, 그 탓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다. 레이첼 와이즈(!), 존 쿠삭, 더스틴 호프만, 진 해크만 등, 등장하는 배우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뉴올리언즈의 낯익은 풍경 또한 반가웠고.

배심제의 약간은 새로운 측면을 알게 해 준 영화였다. 2004년의 화두 중 하나였던 배심제 논의와 맟물린 탓에, 이후 동아리 모임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엔딩크레딧 때 나온 노라 존스의 노래도 기억에 남는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 2월 7일, 서울아트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의 회고전을 할 당시 볼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영화평론가 김영진씨가 최양일 감독과의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실 최양일 감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는데, 알고 보니 알아주는 거장이었다. -_-;

영화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인물들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마음속 한켠으로는 쓸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판소리에 자주 등장하는 희극적인 비애가 바로 이러한 감정일 것이다. 분명 코메디의 성격을 가진 영화임에도 무턱대고 아무 생각 없이 웃어제낄 수는 없는, 그리고 한없이 진지할 수만도 없는, 오묘한 영화였다.


[태극기 휘날리며] : 2월 16일, 메가박스 3관
http://www.onecent.x-y.net/tt/index.php?pl=39&ct1=1&ct2=1 참조.


잭 블랙과 멋쟁이 베이시스트


[스쿨 오브 락] : 3월 1일, 씨네씨티 7관
잭 블랙의 완벽한 연기, 영화와 잘 어울리고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사운드트랙, 락의 저항정신, 게다가 끝내주게 멋있는 베이시스트 역의 배우.

뻔한 스토리를 커버하고도 남는다.
이건 별 네개짜리.


[콜드 마운틴] : 3월 4일, 메가박스 9관
http://www.onecent.x-y.net/tt/index.php?pl=40&ct1=1&ct2=1 참조.


[빅 피쉬] : 3월 14일, 메가박스 6관
팀 버튼스럽지 않으면서도 팀 버튼스러운 영화. [배트맨]이나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와 같은 음침함은 사라졌지만, 영화 전체에서 풍기는 환상적인 분위기나 CG를 사용하지 않은 독특한 소품들은 여전하다.

주인공의 아들은 아버지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그토록 알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진실은 사실 그 누구도 완전하게 복원해 낼 수 없는 것 아닐까.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우리는 모두 다 평범한 생선을 빅 피쉬로 둔갑시켜 머리속에 저장해 놓고 있다. 그리고 그게 우리에겐 진실이다.


[홍반장] : 3월 28일, 센트럴시티 5관
세상에서 제일 쿨한 비정규직 노동자 홍반장. 홍반장의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이었지만(그리고 배우 김주혁은 마음에 들었지만) 영화는 그냥 그럭저럭 수준이었다.

정말 끝내주는 건 이 영화의 예고편이었다. 예고편 막판에 돌연 엑스파일의 성우들이 김주혁과 엄정화의 입모양에 맞춰 더빙을 하는데, 마지막 엄정화가(스컬리의 목소리로) 내뱉는 대사가 압권이었다.

"아니, 멀더 바래요?"

...이런 센스를 영화 내내 끌고 가 줬으면 좋았으련만.


[로젠슈트라세] : 4월 9일, 서울여성영화제
훌륭한 영화였다.
2차대전 당시 유태인과 결혼한 아리안 여성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홀로코스트는 분명 새로웠지만, 변함없이 가슴아픈 경험이었다.
로젠슈트라세에 모인 사람들이 '내 남편을 돌려줘!' 라고 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하는 장면에서는 누구라도 가슴이 뭉클해질 수밖에 없다.


[범죄의 재구성] : 4월 25일, 씨네시티 9관
아무리 한기주가 멋있네 어쩌네 해도, 박신양은 [범죄의 재구성]에서처럼 껄렁껄렁한 양아치 역을 할 때 가장 자연스럽다.

"애기야 가자" 보단 "습습 후후"가 더 그럴 듯하단 이야기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5월 5일, 메가박스 6관
솔직히 말해서, 난 아직도 이 영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뜬금없는 제목에서부터 영화 내용에 이르기까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계속해서 뭔가 곱씹게 하는 것도 아니다.
(일단 뭐가뭔지 알고 나서야 그것에 대해 곱씹을 수 있는 법이니까)

바로 이런 경험, 이런 '무의미'의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데 이 영화의 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유지태는 그렇다 쳐도 난 정말 김태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괜히.


[효자동 이발사] 5월 5일, 메가박스 8관
영화를 보고 나서 나오는데, 출구 앞에 웬 아저씨가 피켓을 몸에 걸치고 서 있었다. 전단지를 읽어 보니 자기가 진짜 박정희 머리를 깎아 준 이발사랜다. 박정희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쩌고 하는 내용이 써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별로 크게 주의를 기울이진 않았다.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였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어쩌면 7,80년대를 살아 보지 못한 나로서는 더 이상 공감을 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한발 물러선 시선으로 당시의 거지같은 상황을 묘사하고, 격렬한 감정은 영화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나 역시 강한 느낌을 받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5월 5일, 메가박스 11관
http://www.onecent.x-y.net/tt/index.php?pl=43&ct1=1&ct2=1 참조.
이날 영화를 많이도 봤지만, 그 중에서 마지막에 본 [아라한]이 단연 최고였다. 그 덕에 기분좋게 집에 갈 수 있었던 듯.


[천공의 성 라퓨타] 5월 10일, 강변 CGV 7관
[라퓨타]는 이미 오래 전에 본 터였지만, 극장에서 상영한다길래 강변역까지 가서 봤다.

..전날 잠을 거의 못 잔 탓인지, 중간에 졸아버렸다. -_-

조 히사이시의 음악은 다시 들어도 훌륭했다.


[트로이] 6월 11일, 메가박스 8관

트로이를 보고 나서 헬스하기로 결심했다


"신들은 우리를 질투해. 우리가 죽기 때문이지."

유독 아킬레스의 저 대사가 떠오른다. (잘못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타이의 대모험]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아마도 포프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었을텐데, 밤하늘을 보다가 돌연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울음을 터뜨린 어린 포프에게 포프의 엄마가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타오르는 불꽃처럼 살 수 있는 법.."

영생불멸한다면 그 얼마나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이겠는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간이야말로 마지막 힘을 짜내어 하얗게 불태우며 살아갈 수 있다.

...아킬레스가 성문 앞에서 헥토르를 불러낼 때, 헥토르가 나올 때까지 굳이 그렇게 수십번 쉬지 않고 불러야만 했을까. 두어번만 부르고 그냥 기다렸어도 됐을 텐데.


[투모로우] : 6월 15일, 메가박스 1관
http://www.onecent.x-y.net/tt/index.php?pl=49&ct1=1&ct2=1 참조.
...에미 로섬(!)의 출연작.


[슈렉 2] : 6월 21일, 메가박스 9관

가증스러운 고양이

1편을 보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프린스 차밍의 찰랑거리는 머리결을 슬로모션으로 잡은 첫장면부터, 끔찍하게 귀여운 당나귀와 용의 혼혈아들이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시종일관 유쾌했다.

프린스 차밍이 재수없는 마마보이라거나, 대모 요정님이 사실은 음험하기 짝이 없는 아줌마라거나 하는, 1편에서부터 계속된 동화 패러디도 기발했다. 1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많았지만, 2편을 먼저 보고 1편을 나중에 본 나로선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두 영화가 내세우는 무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것을 먼저 보든지 나중에 보는 영화에서는 신선함을 덜 느낄 수밖에 없다. 나는 1편을 보면서 2편보다 특별히 뛰어난 점을 느끼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1편을 먼저 본 사람들에게는 2편이 약간 식상했던 것 아닐까.


[아는 여자], 6월 26일, 메가박스 9관
http://www.onecent.x-y.net/tt/index.php?pl=53&ct1=1&ct2=1 참조.
[아라한]과 더불어 아마도 상반기 최고의 영화가 아닌가 싶다.


[스파이더맨 2] 6월 30일, 메가박스 1관
http://www.onecent.x-y.net/tt/index.php?pl=45&ct1=1&ct2=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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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GS. 2005/01/08 01:44 Delete Reply

    오 재밌는걸. ㅎㅎ
    하반기도 기대된다. In크레더블 ㅋㅋㅋ

  2. # 영태 2005/01/08 16:21 Delete Reply

    형 맨 위에 송강호가 아니라 설경구가 아닐까 하는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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