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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16 X-Men 3 : The Last Stand

X-Men 3 : The Last Stand

Posted 2006/07/16 18:15, Filed under: 주절주절/영화
2006년 6월 14일 수요일, 메가박스 1관, 조조(08:20)

기다리고 기다리던 엑스맨 시리즈의 마지막편. 1편과 2편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떠나고 브렛 래트너(러시 아워 시리즈의 감독이다)가 새로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약간 불안해 했던 게 사실이다. 래트너는 원래부터 엑스맨 시리즈의 대단한 팬이라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문이었지만,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해서 꼭 그 슈퍼히어로의 팬이 더 잘 만들 수 있는 건 아닌 법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멘은 코믹북 시리즈의 영화화 붐에 불을 당긴,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정작 싱어 자신은 제의를 받고 나서부터 만화책을 찾아서 읽어보기 시작했다고 하고, 다 죽어가던 배트맨 시리즈를 기사회생시킨 크리스토퍼 놀런 역시 특별히 만화 배트맨에 심취해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영화 잘 찍는 감독(싱어의 대표작은 유주얼 서스펙트, 놀런은 메멘토)이 슈퍼히어로 영화든 뭐든 다 잘 찍는 거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찾아 본 예고편은 불안감을 어느 정도 없애 주었다. 비스트와 엔젤, 저거넛 등 그동안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기대감을 갖게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인 갬빗은 이번에도 영화 진입에는 실패한 모양이었지만, 어차피 이미 나와 있는 인물들만으로도 러닝타임이 모자랄 정도니 어쩔 수 없다.

개봉일(14일) 전날 메가박스 상영시간표에 '엑스맨'이 떠 있는 것만 보고 허겁지겁 달려가서 헛물을 켜는 우여곡절(그날은 시사회였다. -_-; 시사회 표도 없이 시사회장에 난입하려 했던 셈이다) 끝에, 개봉일 조조로 볼 수 있었다.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내 불안감이 현실로 드러났다.

[엑스맨 3]는, 전편들을 능가하는 규모의 액션을 보여 준다. '최후의 전쟁'이라는 부제답게, 매그니토 편의 돌연변이들과 엑스멘의 전면전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이룬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매그니토가 그야말로 '엿가락처럼' 구부리는 인상적인 장면에서부터, 매그니토와 파이로가 합작해서 선보이는 불붙은 자동차 공격이랄지, 키티 프라이드와 저거넛의 추격장면 등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볼거리를 많이 제공한다고 해도 이번 엑스멘은 전편들에 비해 힘이 떨어진다. 전편보다 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나 많은 인물들이 별다른 활약 없이 버려지고 만다. 명실상부 주인공 자리를 꿰찬 울버린에게 비중이 실리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악당 우두머리인 매그니토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캐릭터들은 그야말로 눈요기거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스톰과 아이스맨, 파이로, 키티 프라이드나 비스트는 그래도 전투에서나마 자기 능력을 발휘했다지만(특히 아이스맨은, 잠깐이었지만 만화책에서의 모습 - 온몸이 얼음덩어리인 모습 - 을 보여 주었다), 매그니토 편에 서서 등장한 대부분의 캐릭터들, 그리고 특히 콜로서스와 엔젤은 전투씬에서조차 심하다 싶을 정도로 버림받았다. 그들의 만화책상의 비중을 생각한다면 아쉽기 짝이 없다.

날개 한번 제대로 못펴본 엔젤

전투장면에서 능력 보여주는 것도 제대로 안 되는 마당에, 각 캐릭터들의 갈등관계나 심리묘사가 가능할 리가 없다. 키티-아이스맨-로그의 삼각관계는 공감할 틈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고,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진(피닉스)의 자기분열 역시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진이 피닉스로 각성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는, 영화 한 편에, 그것도 다른 스토리라인(큐어와 관련된 스토리)과 함께 밀어넣기에는 너무 대규모였을지 모른다. 감독은, 트릴로지의 마지막이라는 점 때문에 가능한 많은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전편들에 비해 대사의 맛깔스러움이 많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짤막하지만 그러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대사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1편에서 울버린이 "그게(손톱이) 나올 때, 아픈가요?" 라는 로그의 질문에 단 한 마디로 "매번"이라고 내뱉는 장면이나, 2편에서 매그니토가 막무가내로 진입하겠다는 울버린을 비웃으며 "그래서 어쩔 텐가, 손톱으로 긁기라도 하려고?" 하고 조소하는 장면처럼 기억에 박히는 장면이 없었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 장면, 체스판을 앞에 두고 앉아있는 매그니토가 나오는 장면만은 예외다) 그와 같은 강한 인상을 남겨야만 하는 순간 - 싸우러 가기를 주저하는 엑스멘을 울버린이 독려하는 장면 - 에서 3편은 맥없이 실패한다. (울버린의 말에 다들 독려가 된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좀더 불평을 해 보자면, 울버린의 얼굴이 핀 게 마음에 안들었다. 울버린이 처음 스크린에 등장하던, 1편의 그 장면을 기억하는가? 철창 안에 갇혀서, 얼굴도 드러나지 않은 채 그림자에 묻혀서는 시가 연기를 내뿜는 게, 흡사 성난 맹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미간은 잔뜩 찌푸리고, 상처는 나는 족족 나으니 어디 아픈 데는 하나도 없을 게 분명한데도 마치 십년 동안 두통을 앓고 있었던 것 같은 표정에, 과연 이녀석이 우리편인지 적인지 도무지 모호한, 바로 그 절반쯤은 악마같은 얼굴이 울버린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3편의 울버린은 너무 표정이 밝다. 미간의 주름살도 거의 풀렸고, 심지어 짜증내는 사이클롭스를 차분히 달래주려고 하기까지 한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머저리같은 놈, 짜증내려면 골방에 처박혀서 너 혼자 질질 짜라' 정도의 대사를, 그 특유의 '대꾸하면 머리에 바람구멍을 세 개 내 줄테다' 라는 표정으로 내뱉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영화를 보면서 '브라이언 싱어를 돌려줘!' 라고 생각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엑스멘을 버리고 간 브라이언 싱어지만, [슈퍼맨 리턴즈(!)]를 선사해 줬으니 또 뭐라고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엑스맨 3편은 분명 영화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오락영화이긴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데는 미치지 못했다. 1편이나 2편은 기꺼이 두 번씩 보러 갈 정도였으니 이 차이는 꽤 크다. 트릴로지의 마무리가 약간 미진한 것 같아 못내 아쉽다. 그나마 마지막 장면에서는 신나게 해 줬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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