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제229조 (배우자의 고소)
제1항 형법 제241조의 경우에는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가 아니면 고소할 수 없다.
제2항 전항의 경우에 다시 혼인을 하거나 이혼소송을 취하한 때에는 고소는 취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제232조 (고소의 취소)
제2항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

이혼소송의 소장이 각하된 경우에도 제229조 제2항의 "이혼소송을 취하한 때"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학설은 대립한다. 포함된다고 보는 게 다수설이고,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소수설이다. 판례는 다수설과 같은 입장이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소수설은, 자신의 의사로 이혼소송을 취하한 것이 아닌 소장각하의 경우를 취하 또는 취하간주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다수설과 판례를 비판한다.

이렇게만 보면, 소수설의 견해가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간통죄의 고소의 효력을 혼인의 해소 또는 이혼소송 계속과 결합시켜 놓은 것은, 혼인관계가 계속되는 이상 일방 배우자가 타방을 형사처벌하는 결과는 법이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따라서 혼인을 해소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명하지 않는 이상 간통죄를 범한 배우자의 처벌을 구할 수 없고, 이혼소송 중에 그 소를 취하함으로써 혼인 해소의 의사를 철회하였다면 고소 역시 취소한 것으로 의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혼 소장의 각하만으로는, 소 취하나 취하 간주와 비교해 볼 때 혼인관계 지속의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기 힘들다. 재판장의 소장 보정명령에 응하지 않은 것이나 공판기일에 불출석함으로써 취하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나 원고의 귀책사유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적법하게 계속된 소송의 변론기일에 의도적으로 불출석하는 것(그것도 취하간주를 위해서는 쌍방 당사자가 불출석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과, 소장을 제출함으로써 혼인관계 해소의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지만 소장의 형식적 잘못으로 인해 각하명령을 받는 것은, '혼인관계 해소의 의사 존부'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실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이상의 내용을 압축해서 답안지에 써 주고, 그러므로 소수설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 주면 깔끔하게 논점 하나 해결될 것 같지만... 아쉽게도 그렇지가 않다.

문제는 대법원의 입장이다.
정말로 대법원이 다수설과 마찬가지로 이혼소장이 각하된 경우를 취하 또는 취하간주와 같이 보는가?

이 문제에 대한 판례의 입장을 소개하면서 빠지지 않고 인용하는 95도477 판결의 판결문을 꼼꼼히 살펴보자. (직접 링크를 타고 가서 한번 들여다 보자. 특히 참조조문 부분을)

형사소송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229조 제1항은 간통에 대한 고소는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의 소를 제기한 후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위 고소는 혼인관계의 부존재 또는 이혼소송의 계속을 그 유효조건으로 하고 있다 할 것인바, 위 고소 당시 이혼의 소를 제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소장이 각하된 경우에는 처음부터 이혼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것과 같아, 그 고소는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95도477)

대법원은 이혼소장이 각하된 경우 고소의 효력을 부인하는 근거를 제229조 제1항 에서 찾고 있지, 제229조 제2항 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참조조문으로 제1항이 명시되어 있다).
교과서들에서 말하듯이 이혼소장 각하를 취하와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한 대법원의 입장은 다수설과 같지 않으며, 그에 대한 소수설의 비판은 판례의 견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

제229조를 살펴보면, 제2항이 없더라도 이혼소송에서 소를 취하하거나 취하간주된 경우 고소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제1항이 있는 한, 이혼소송의 계속이 어떤 이유로든(소장 각하든, 소각하판결이든, 취하든 간에) 소멸되면 그에 따라 고소의 효력 역시 소멸된다.
그런데도 굳이 제2항을 둔 것은, 제232조 제2항의 재고소 제한의 효과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이재상 교수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p.192 14-16행)

정리하자면, 이혼소송의 계속이 (사유 여하를 막론하고) 소멸하면 제229조 제1항에 의해 고소의 효력도 소멸한다.(학설은 소급효냐 비소급효냐를 놓고 다투는데, 이 논의는 내가 보기엔 전혀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 그리고 소송계속의 소멸이 소 취하와 취하간주에 의한 경우에는(그리고 그 경우에만), 제229조 제2항이 적용되어 고소취소로 간주되고, 그 결과 제232조 제2항의 적용을 받아 다시 고소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렇게 해석하면, 소장각하의 경우에는 제229조 제1항에 의해 고소의 효력이 소멸하고 일단 간통죄 사건은 공소기각판결로(이 경우는 제327조 제2호에 의한 기각판결이다. 고소취소간주규정의 적용이 없으므로 제5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종료될 것이다. 그러나 제232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 결과, 고소인은 다시 이혼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다시 고소를 해서 처벌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소장 각하의 경우 일단 제229조 제2항이 아닌 제1항을 적용하면 이와 같은 결론이 나오는 게 논리적이지만, 아쉽게도 대법원은 첫 단추는 제대로 꿰 놓고 길을 잘못 들고 만다. 95도477 판결의 두 번째 판시사항을 보자.

그런데 법 제232조 제2항은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혼소장이 각하된 경우에도 위와 같이 고소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고소를 취소한 것이나 다름이 없게 되는 이상, 이 경우에도 역시 위 규정에 따라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고 봄이 위에 본 형사소송법의 각 규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상당하고 이와 달리 오로지 고소를 취소한 경우에 한하여 위 규정이 적용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95도477

"이혼소장이 각하된 경우에도 위와 같이 고소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고소를 취소한 것이나 다름이 없게" 된다는 논리로 대법원은, 제229조 제2항이 아닌 제1항이 적용되는 경우인데도 제232조 제2항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법률 규정상 근거가 없을 뿐더러, 취하와 취하간주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그 경우만을 특별히 취급하는 제229조 제2항의 존재의의를 간과한 해석이다. 이혼소장이 각하된 경우는, 대법원 말처럼 고소가 효력을 상실한다는 점에서는 고소취소와 같을지 모르나, 그렇다고 고소취소에만 부여되는 법적 효과가 소장 각하에도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제229조 제2항과 같은 조문을 '일부러' 두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학설이 지적하는 것처럼 소장 각하를 취하와 동일하게 취급하기 때문에 잘못인 것이 아니라, 근거 없이 제232조 제2항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부당한 것이다.



...물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법원의 잘못된 해석론도 아니요 대법원의 입장을 오해한 학설도 아니고, 이걸 도저히 답안지에 다 쓰고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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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4 00:16 2006/12/2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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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2
    2007/10/11 05:35
    와, 님 대단하시네여

    저는 지금 형소법 시작하는 공무원 수험생인데, 이혼소장이 각하되면 다시 재고소를 하는 방법이 안나와있길래 끙끙 앓다가 혼자 찾고 있던 중이였거든여. 전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만약 단지 소장각하라는 이유만으로 재고소를 못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그런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정의감에 불타서여 ㅋㅋ

    근데 님이 적어놓은 글 보고 감탄했습니다^^;; 절차위반으로 해서 공소기각판결이 남으로써 소장을 다시 쓸수 있게됐군여 ㅋㅋ

    와,속시원하다 잘읽고 갑니다
  2. guna
    2007/10/12 09:45
    와, 님 대단하시네여

    초시때라면-_-이것만 물고 늘어져서 열변을 토하면 과락은 면하게 해줄지도? -_-ㅋ
  3. KCG
    2009/01/19 22:30
    지대로네요~ 지대로야..화이팅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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