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생활 2주만에 이렇게 월요일이 싫어질 줄이야.
일요일 저녁에 어둑어둑해지면 얼마나 우울한지. 이런 기분은 중학교 다닐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2. 지난 금요일, 근 1년만에 선생님께 안부 전화를 넣었다.
내가 스승의 날에 일부러 전화 거는 선생님은 한 분 뿐이다.
"요새 수업 어떠세요, 재미있으세요?" 라고 묻자 선생님께서는 기운빠진 목소리로 "재미없다"고 하셨다.
예전 내가 수업 들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모양이다.
선생님께서는 또 "예전 너희 때가 재미있었는데.."라고도 하셨다.
저도 재밌었어요, 그때. 두고두고 못 잊을만큼.
조만간 찾아뵙고 술이라도 한 잔 올려야겠다.
3. 토요일 아침만 되면 꼭두새벽에 귀신같이 일어나서 부리나케 일산으로 향한다.
그러다 보니 여느 때보다 훨씬 더 지하철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한 번 갈때마다 한 시간씩 걸리니까.
지하철에선 뭐라도 들여다보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으니, 그 동안 평소에 시간이 참 없는데도 책 읽은 건 되려 3, 4월보다 더 많은 것 같다.
먼저 [부자 아빠의 몰락]. 소득 불평등의 심화는 모든 사람들의 공공복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논증해 내는 책이다. 논증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책이 분량도 얼마 안 되고 평이한 문체로 읽기 쉽게 쓰여졌다는 점이 가장 큰 미덕이다. 세상을 보는 눈을 좀 더 넓고 깨끗하게 틔워 준다. 시간 내서 일부러 읽어볼 만하다.
그리고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주류 언론의 일간지 사설을 읽으며 답답해진 가슴에 한 줄기 시원한 비를 뿌려주는 책이다. 건전한 상식으로, 합리적인 사고로 세상을 보고 살아가는 사람이 최소한 한 사람은 더 있다는 생각에 든든해진다. 이 책 역시 시론집이니만큼 평이하고 읽기 쉬운 문체로 되어 있어 부담도 적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주요 문제들에 대하여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 준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분석과 종부세 옹호론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준구 교수는 한국의 폴 크루그먼이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크루그먼의 [대폭로]의 한국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한홍구 교수가 쓴 [특강]. 이 책 역시 앞의 두 권과 마찬가지로 읽기 쉽고, 그러면서도 내용은 얻어 갈 게 많다. 읽는 내내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았다. 내용 자체는 여기저기서 한 번쯤은 주워들은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도 같지만, 뉴라이트의 기원과 그 정체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웠다.
세 권 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영양가는 많다.
세 권 다 선뜻 추천을 날린다.
4. 검찰 시보를 하면서 매일매일 느끼는 게 참 많지만, 그 중에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 경찰 수사권 독립은 시기상조다.
-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피의자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적극 구할 필요가 있다.
- 검찰에서는 아직도 구속을 구속사유와 무관한 제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공판중심주의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난 피의자들이 왜이리도 불쌍한지 모르겠다. 아직 악질 피의자를 못 만나봐서 그런가.

2009/05/20 17:51
여유없는 평일과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로 인해 정말 강인한 의지가 없이는 책 읽기가 참 쉽지 않네. 그나마 최근 읽은 몇 권은 서평도 안 쓴채 기억에서 서서히 희미해져가네.
경찰수사권 독립은 시기상조라는 말은 지당한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검찰이 경찰보다 얼마나 낫나 하는 생각도 드네. 물론 전반적으로는 훨씬 낫겠지만,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사실 차별성이 없는 듯...
2009/05/25 22:40
몸에 배면 자연스럽게 될 텐데 말이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란 측면에선 별로 차이가 없다는 데는 동의. 난 다만 수사의 초점을 맞추는 점이랄지, 그나마도 적법절차를 지키려고 하는 점이랄지 하는 부분에서는 검찰이 경찰보다 아직 낫다고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