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8일, 코엑스 메가박스 M관]

이 영화는 핸드볼영화가 아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기적과도 같은 은메달 획득을 소재로 삼았지만, 영화는 핸드볼 코트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코트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영화는 더 관심이 많다.

배우들의 연기가 빛나는 곳 역시 코트 위가 아니라 코트 바깥이다. 핸드볼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들 하지만(그리고 그 탓에 핸드볼 경기장면이 아주 어색한 건 아니지만), 문소리나 김정은, 김지영이 진짜 핸드볼 선수라는 생각은 아무래도 들지 않는다. 영화 마지막에는 아테네올림픽 당시 실제 선수들의 실제 경기장면을 찍은 사진들이 슬라이드쇼로 등장하는데, 정지화면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진들이 영화 속의 경기장면보다 훨씬 더 생동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코트 바깥의 일에 관한 한,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훌륭하다. 김정은은 바른생활 교과서에서 뽑아낸 것 같은 인물 설정 탓인지 어딘지 모르게 교과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김지영 역시 요란법석을 떠는 인물 설정 때문인지 오바한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지만 잠깐잠깐 뿐이고,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문소리는 정말 압권이다. 모티브로 삼은 스토리 자체가 동화에서 따온 것 같은 기적적인 이야기인데다가 각색을 하면서 극적인(따라서 비현실적인) 요소가 좀더 첨가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영화는 현실을 떠나 비현실의 세계로 붕 뜨지 않는데, 그건 순전히 문소리 때문이다. 문소리는 주변의 비현실적인 등장인물(감독이라기보단 양아치에 가까운 엄태웅의 배역)과 좀 지나치다 싶은 스토리라인(영화 막판 남편과 관련된 스토리라인)의 한가운데 든든히 버티고 서서 이들을 모두 현실에 묶어두는 추와 같은 역할을 해낸다.

이 영화가 코트 바깥의 일에 더 집중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아니,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핸드볼코트 위에서 벌어지는 플레이 하나하나, 또는 그 날 있었던 애매한 판정, 이차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의 아쉬운 패배. 그 극적인 결승전 경기는 물론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표팀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선수들이 마음놓고 코트 위에 서지 못하는" 코트 밖의 상황에 있다. 어쩌면 임순례 감독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코트 안의 일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사치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정작 핸드볼 경기가 실제로 벌어지는 코트에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코트 밖의 상황.
그것이 바로 지금 이곳의 핸드볼이 당면한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핸드볼영화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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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8 18:27 2008/01/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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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생순 - 감동적인 실화 그리고 감동적이지 않은 영화.
    Florence 2008/01/28 22:22 Delete
  1. jullian
    2008/01/28 22:20
    웅재도 이 영화를 봤다니 웬지 내 감상평과 공유하고 싶은걸ㅋ
    글 몇 개 없는 블로그이지만 그래도 연결시켜 놓아볼께
    답글이 하나도 없어서 심심했거든ㅎㅎ
    • onecent
      2008/01/30 16:34
      형도 블로거가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ㅎㅎ
      리플은 그쪽에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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