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

주절주절/영화 Posted at 2004/07/21 16:22
지하철역에서 처음 [아는 여자]의 포스터를 봤을 땐, 그야말로 무덤덤할 뿐이었다. 정재영에 이나영이라. 정재영은 [실미도]에서 꽤 괜찮았지만,(물론 난 많은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실미도]에서 그의 연기를 극찬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가 찍는 영화를 무조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이나영은 딱히 싫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배우다. 포스터도 전혀 멋지지 않다. 약간의 장난기 풍기는 사진에 큐트한 글씨를 남발해 놓은, 최근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른 포스터.

따라서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보러 가기로 했을 때도, 나의 기대치는 여전히 제로. 주변에서는 기대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괜한 반발심으로 여간 재미있지 않으면 좋아해 주지 않겠다 라고 꿍한 마음을 먹고 있을 정도였다.

영화가 관객을 사로잡느냐 마느냐는 처음 5분 안에 판가름이 난다는 말이 있다. 이 공식은 내 경우에도 대개 들어맞았다. 나이트크롤러의 환상적인 백악관 습격장면을 본 후에는 [엑스멘2]에 빠져들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글래디에이터]의 놀라운 초반 전쟁씬은 그 이후의 지루한 전개를 간신히나마 견디게 해 준다.

또, 영화의 처음 5분은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한다.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처음에 등장하는 문구, <주유소를 왜 터는가? ...그냥>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웃어라' 하고 말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 필이 꽂히면 내내 너무나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다. 안 꽂히면? 할수 없지 뭐.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는 초반 윤소이가 빌딩 옥상에서 점프를 하는 그 순간이 바로 승부가 나는 순간이다. '오케이. 이 영화는 황당유쾌액션극이구나. 좋았어!' 가 되거나, '이게 뭐야. 유치찬란하잖아' 가 되는 거다.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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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너무 많이 떠들었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나왔다는 것. 물론 기대치가 극도로 낮았기 때문에 만족이 그만큼 더 크기도 했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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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1 16:22 2004/07/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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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ㅎ
    2004/07/21 18:24
    영화 속 이나영의 사랑방식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현실에서도 (자신을 알지못하는 한 남자만을 몇년동안 짝사랑하는)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ㅎ
  2. 가넷
    2004/07/22 11:44
    가만, 어디서 리뷰를 읽고는 이건 영 아닌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았나보구나 흐음... (이것도 봐야겠는데...;;)
  3. onecent
    2004/07/22 20:51
    ㅎㅎㅎ/ 사실 영화에서 한 가지 내내 찝찝한 게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과연 저런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말이죠. 친구 말마따나 아름다운 사람이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을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환상을 심어주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영화 속 이나영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가넷/ 진짜 재밌습니다. 아라한에 이어 상반기 두번째로 재미있는 영화;
  4. 하영
    2004/07/23 00:05
    근데 그거 진짜 야구선수실화를 바탕으로 만든거라던데?
    나 그거 꼭 보구싶었는뎅...+_+
  5. ㅎㅎㅎ
    2004/07/23 20:42
    그럴 수도있죠..^^ 저는 제 얘기같아서 펑펑울고나왔는걸요(ㅋㅋ그렇다고 제가 예쁘다는말은 아니고요-_-;;;;;;)아무쪼록 답글 감사합니다.(^^)(__)(^^)
  6. J.
    2004/07/24 22:18
    맞아 요즘 트리플 크라운을 노리는 박명환의 실화지.. ^^;;
    재미있을거 같애.
  7. onecent
    2004/07/25 18:29
    하영/ 아직 늦지 않았어! 사람들의 호평이 퍼지기 시작해서인지 몰라도 삐까뻔쩍한(그러나 속은 빈) 블럭버스터들 틈에서도 꿋꿋이 상영관을 지키고 있더라고. 내리기 전에 꼭 보길.

    ㅎㅎㅎ/ 그런 사랑을 받는 입장에 있었으면..하는 생각이 먼저 들긴 했습니다만, 사실 진짜 멋진 건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J./ 역시 실화란 말이군요! (...그래 나도 희망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