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국가주의

스크랩 Posted at 2009/04/22 11:37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4731.html

"나도 누구 못지않은 스포츠광이지만 국가대표 간 경기를 항상 민족과 국가의 코드로만 읽어내려는 한국 사회의 끈질긴 관성과 승리주의, 국가 간 경기에만 목숨을 거는 경향에 질리고 만다. 김연아 선수는 한국의 국가대표이지만 그의 세계선수권 제패는 우선적으로 김 선수 개인의 뼈를 깎는 노력과 탁월성에 기초한 것이다. 한 개인의 노력의 위대한 결실이라는 점에서 나도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즐거워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아주 빼어난 선수이자 매력적인 인간이라는 점에서도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야지 그것을 자꾸 ‘대한민국의 희망’ ‘자랑스러운 한국인’ ‘2009 국민의 희망’이라는 식으로 국가적 차원의 사건으로 환원하려는 것은 ‘우리’가 국가주의의 블랙홀에 빠져 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WBC 대회 준우승이나 김연아 선수에 대한 보도에서 넘쳐나는 것은 “세계가 놀라다” “세계가 매혹되다” “한국의 저력” “세계가 주목하다” 같은 문구다. 사실은 한국인의 욕망과 다르게 세계는, 일본과 한국을 제외하면, 놀라지도 않았고 크게 주목하지도 않았다. 본선이 열렸던 미국에서도 1단 기사에 그쳤다. 군소 언론, 온라인 신문 및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만이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에도 무관심했던 미국 사회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오류다. 김연아 선수에 대한 보도도 거의 매일 열리는 미국 프로농구에 한참 뒤처져 나왔다. 이러한 착각은 평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민족적 나르시시즘이 작동하는 데서 나온다. ‘한국인의 우수성과 저력’을 국제사회가 인정하길 바라는 욕망은 사실은 열등감의 발로다. 국제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면 이러한 ‘인정 콤플렉스’는 불필요하다. 불안감이 강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한국인이, 특히 한국 국가대표가 선전하면 세계가 주목한다는 민족적 자아도취에 쉽게 빠지고 만다."


나는 위 글에 거의 전적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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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2 11:37 2009/04/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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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건
    2009/04/22 13:39
    Me too.

    우리 사회의 국가주의, 결과지상주의, 1등주의가 정말 심각한 듯.
    최근 주변의 정말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도 정말 생각의 괴리를 심하게 느끼는 일이 많네. 내가 삐뚤어진 것인지, 내 환경이 그런 것인지...
    • onecent
      2009/05/01 21:16
      형이 비뚤어진 건 아냐.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가 쓴 '쿠오 바디스 한국경제'라는 책이 최근에 나왔는데, 이거 한번 읽어봐봐. 지원군을 얻는 느낌일걸.
      저 책, 폴 크루그먼의 '대폭로'를 읽는 느낌이었어. 이준구 교수님은 한국의 폴 크루그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듯.
  2. 가넷
    2009/04/30 20:11
    이런 세상에... 이런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니.
    글을 읽으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한겨레니까 또 이런 글을 올릴 수 있는 거라는 생각도 들고...
    참 공감가는 글이네.
    • onecent
      2009/05/01 21:17
      사실 저런 의견을 가진 사람은 많을거에요.
      저 글은 뭐랄까. 공감 잘 가게끔 글을 잘 썼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