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영화제

주절주절/영화 Posted at 2006/04/22 20:46



지지난 주 토요일,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서울 여성영화제에 다녀왔다.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영화는 한편밖에 보지 못했고, 그렇다고 영화제가 열렸던 영화관(신촌 아트레온) 안에서 분위기를 즐기면서 오래 머물렀던 것도 아니었다. 그날 황사는 그야말로 극악무도했는데, 그 누런 모래폭풍을 뚫고 친구들과 신촌에서 점심을 먹고, 상영시간에 딱 맞춰서 아트레온에 들어가서 영화를 관람한 후,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했다. 간결했지만 좋았다.

본 영화는 마를린 호리스(Marleen Gorris) 감독의 [안토니아스 라인(Antonia's Line)]이었다. 시간상으로 주인공 안토니아의 인생 후반부를 다루는데, 안토니아와 그 딸, 손녀, 증손녀를 중심으로 그들이 주위의 여러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차분하게 그려냈다. 그들이 꾸려가는 삶은 전형적인 공동체의 모습과는 다르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농장 풍경과 맞물려 유토피아처럼 느껴진다. 안토니아는 물론이고 딸과 손녀 모두 결혼하지 않지만(물론 주변인물 중에는 결혼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들의 삶에는-영화 속 표현을 빌자면-"사랑이 넘쳐흐른다".

안토니아가 마을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근처 농장에 사는 농부 바스가 안토니아를 찾아와 (상당히 느닷없고 생뚱맞게;)청혼한다. 안토니아는 좋은 사람인 것 같고, 자기는 아내가 필요하고 자기의 다섯 아들들은 엄마가 필요하다는 게 바스의 말인데, 그에 대한 안토니아의 대답이 아주 재미있다. "하지만 나는 당신 아들들이 필요 없는걸요."
안토니아와 바스는 평생 애인 사이로 지낸다.

시간은 흐르고 행복한 일과 불행한 일, 기쁨과 슬픔이 안토니아의 농장 사람들에게도 찾아오지만, 삶은 계속된다. 안토니아의 친구가 염세주의를 이기지 못해 자살하고, 그와 특히 가까웠던 손녀 테레즈와 딸 대니엘라가 실의에 빠져 집안이 우울함에 싸여 있을 때, 안토니아가 무릎을 짚으며 일어나면서 절반은 한숨, 절반은 기합으로 한마디 내뱉는다. "Life is to be lived..삶은 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 죽지 못해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만큼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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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2 20:46 2006/04/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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