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02

권위주의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화'된 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더 발전했는가? 만약 아니라면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다. 다시 말해, '왜 한국의 정치는 개판인가?' 라는 물음의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사회에 존재하는 핵심적인 갈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 구조야말로 가장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당들은 이념적으로 전혀 차이를 가지지 못한다. 단지 권력을 쥐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쟁은 이념이나 사회적 균열에 바탕을 두고 전개되지 않는다. 권력을 누가 차지하는가, 권력 획득에 실패한 다음에도 내 밥그릇이 보장될 것인가만을 놓고 죽을동 살동 덤벼들게 된다.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갈등축이 뭔지 따위는 관심사 밖이다. 어차피 그들이 아닌 다른 세력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국회에 있지도 않으니까.

최장집 교수는 외국의 이론을 많이 소개하고 그것의 도움을 받아 한국의 정치현실을 설명해 낸다. 한국 정치의 기원이 무엇인지, 어디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단추를 다시 제대로 끼울 것인지까지 그의 논리는 명쾌하고 설득력이 있다. 산만하게 떠돌던 내 문제의식을 정리하고 명료화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시간을 두고 열심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책의 결론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해결책은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제대로 된' 이해와 수용이다. 이런 사람을 사상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시끌벅적 떠들어댔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만약 우리가 갈등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곧 사회의 어떤 집단이 경쟁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p.152)

"한국의 정당은 갈등을 동원하고 사회화하기는커녕 있는 갈등도 무시한다." (p.211)

"갈등은 '민주주의의 위대한 엔진'인 것이다." (p.213)

'남남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남남갈등'이 없는게 바로 문제다. '상생'의 구호를 앞세워 갈등을 덮어버리려고만 드는 행태야말로 민주주의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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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5 14:18 2004/08/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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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02
    wizmusa 2004/08/25 16:36 Delete
  2. [프레시안] 최장집 교수 "盧정권, 정신 차려라" 질타
    On The Boundary 2004/10/01 15:35 Delete
  1. 이경호
    2004/08/25 18:23
    사실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내가 생각하기로는
    상당히 한정된 상황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제도인 것 같다.
    그러므로 민주주의가 정체에 있어서
    최후의 발전 형태라는둥, 역사의 종말이라는둥하는 논의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계속되는 경제성장이라는 요인이 민주주의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통합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겠지만.. 과연 우리가 돌입하는 세기의 경제
    상황에 미루어 볼 때 민주주의의 황금기가 유지될지는
    의문스럽기도 하다.
  2. onecent
    2004/08/26 00:25
    민주주의가 한정된 상황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럴듯해 보이는 아테네의 직접민주제 역시 그 밑바탕에는 수많은 노예의 노동이 자리잡고 있었던 일. 그리고 사실 엄밀히 말해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정말 시민들 전부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힘들지. 대의제도하에서 움직이는 한 한계를 이미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니까. 따라서 민주주의가 정체에 있어서 최후의 발전 형태라는 데는 나 역시 동의하지 않아. 끊임없이 더 나은 제도를 모색해 가야겠지.

    그렇지만 위 글에서 언급한 글처럼 나 역시 현재 한국사회에 필요한 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겉으로는 민주주의인 척하면서 실상은 그와 전혀 다른 현재의 상황을 개선해 나가야겠지.

    그러고 보니 전에 네가 대중조작의 용이성 등을 언급했던 부분과 민주주의에 대한 경계가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대안적 정치형태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겠군.
  3. 박민재
    2004/09/14 00:28
    아악~~어렵게 느껴져요,,

    흠,, 저도 이제 이런 책도 관심을 갖고 읽어 봐야겠네요,,
  4. onecent
    2004/09/18 11:28
    민재// 읽어볼 만한 책인듯. 한번 시간내서 읽어봐 ㅎ
  5. 김건
    2004/11/01 00:01
    나도 막 민주화이후의 민주주의를 다 읽었다.
    난 읽으면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상당부분 최장집 교수의 견해와 일치하는 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최교수가 노정권을 최근에 강하게 비판했다니 내가 책을 잘못읽은 것인지..원

    최교수가 제시하는 분석의 큰 틀에는 동감하는데 노동의 정치참여라든지 보수언론의 권력화 등의 명제가 실제로 어느정도의 사실성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또 가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고 판단하기가 어렵구먼.
  6. 김건
    2004/11/01 00:03
    근데 트랙백으로 걸려 있는 곳에 가서 퍼오려는데
    블러그처럼 흔적을 자동으로 남길 수도 없고.
    괜히 몰래 복사하는 느낌만 드는군. 그냥(펌)이라고 붙여야 하나?
  7. onecent
    2004/11/02 23:12
    최근에 최장집교수가 현 정권에 대해 쓴 글은, 나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음. 인터넷에도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조만간 찬찬히 읽어 봐야지.

    결국 노무현정부도 우리사회의 진정한 갈등구조를 포착하고 표면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최장집씨는 비판하는 것 아닐까 싶긴 한데. 확실히 정당에 의한 갈등축의 표면화라는 점에선 지금도 별로 나아진 게 없는 듯.

    보수언론의 권력화에 관한 부분은, 물론 나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게 해 주는 자료를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읽으면서 상당히 설득력있게 다가왔었는데. 거대언론의 영향력에 대한 문제제기는 분명 유효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