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간판이나 다름없었던 맥도날드가 오늘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그동안 19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서 있었지만, 내일부터는 아니다.

참으로 섭섭했다.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 같은 느낌. 시간은 가는구나, 내가 변하기를 원치 않는 것도 변할 수밖에 없는 거구나 하는, 자명하지만 평소에는 잊고 사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 삶의 전부를 압구정동에서 살았다.
오늘날 '압구정동'이란 말은 휘황찬란한 광채와 함께 매캐한 썩은내를 함께 불러일으키는, 지명 이상의 의미를 갖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내게 압구정동은 어떤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기 이전에 내 고향, 내가 자란 곳이다. 그리고 내 기억이 닿는 시절 내내, 집 건너편에 맥도날드가 서 있었다. 그 맥도날드만큼은 세계를 잠식해 들어가는 미국의 거대 자본의 상징이기 전에, 그냥 동네의 익숙한 지형지물이었다.

가 본 식당과 그곳에서 먹은 음식을 기가 막힐 정도로 잘 기억하는 우리 형은, 놀랍게도 그 옛날 처음 맥도날드에 갔던 일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엄마가 애플파이는 뭐고 선데이가 뭐라는 걸 설명을 해 줬었고, 자기는 빅 맥을 먹고 싶었는데 엄마가 그건 너무 크다며 못 먹게 해서 어쩔 수 없이 더블치즈버거를 먹었더라는 것. 그러면서 언젠가는 꼭 커서 저 큰 햄버거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노라는 것.

우리동네 맥도날드가 문을 닫는다는 기사를 보고는 그렇게 한동안 서로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형과 나는 즉각 의견일치를 보았다. 오늘이 마지막날이라는데, 안 가볼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허둥지둥 집을 나섰다.

'맥도날드 앞'은 압구정동에서 만날 장소를 정하는 하나의 관용어구가 되다시피 했다. 친구를 만나는 일이든, 데이트 약속을 하든, 심지어는 한판 붙으려고 만나는 일이든 간에.
그러나 이제는 그 말도 더 이상 못 쓰겠지.

형이 마지막으로 주문한 것 역시 더블치즈버거였다


묘하게도 이 마지막 사진에 내 모습도, 비록 유리에 비쳐서 흐릿하긴 해도, 함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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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0 22:12 2007/07/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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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영
    2007/07/22 21:26
    광주에도 저런 곳이 있어. 고유명사같이 약속잡는 곳!
    "충장서림 앞"인데...ㅋㅋㅋ거긴 안없어지면 좋겠다ㅠ
  2. GUDA.
    2007/07/24 13:49
    진주에선 파파이스 앞이지 -_-ㅋ
  3. 구바
    2007/08/01 21:47
    녹두엔 녹두리아...--
  4. 비밀방문자
    2007/08/3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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