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허위채무부담과 가등기의 종류
허위채무를 부담하고 가등기를 경료하여 주는 경우, 부담하는 허위채무의 종류에 따라서 경료되는 가등기의 법적 성질이 달라진다. 허위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가장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이하 ‘보전가등기’라 한다)를 경료하게 될 것이고, 허위로 금전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채무 담보를 위한 가등기(이하 ‘담보가등기’라 한다)를 경료하게 될 것이다.
2. 가등기 경료행위가 ‘허위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
허위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보전가등기를 경료한 경우, 본등기가 경료되지 않은 이상 부동산의 ‘양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가등기를 경료하는 행위는 강제집행면탈죄에서 말하는 ‘허위양도’에 해당할 여지는 없으며 오로지 ‘허위의 채무 부담’에 해당할 뿐이다. 따라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가등기 경료행위가 아니라 가등기의 등기원인이 되는 허위채무부담행위이다.
3. 허위채무부담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를 구성하기 위한 요건
그런데 허위로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가 언제나 강제집행면탈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할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즉, 허위로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허위채무부담행위가 실제로 채권자의 강제집행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허위채무부담행위가 채권자의 강제집행에 해를 끼치는지 여부는 부담하는 허위채무의 종류와 채권자의 채권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진다.
즉, 만약 채권자의 권리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인 경우, 채무자가 허위로 금전채무를 부담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담보가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의 권리는 이전등기청구권이며 금전채권이 아니므로 채무자가 허위의 금전채무를 부담한 사실만으로는 이전등기청구권의 집행에 어떠한 침해가 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1982. 5. 25. 선고 81도3136 판결 참조).
결국 허위채무부담행위(그리고 가등기를 경료하는 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를 구성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채권자의 권리와 허위로 부담한 채무의 종류에 따라 발생하는 네 가지 경우의 수를 구분하여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유형별 검토
가. 채권자의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1)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허위로 부담한 경우(보전가등기 경료)
(가) 판례 : 없음
(나) 검토
단순히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허위로 부담한 것만으로는 금전채권의 강제집행에 어떠한 장애가 되지 않으므로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허위로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주기까지 한다면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켜 강제집행에 실질적인 해를 끼치게 될 것이나, 이 경우는 허위양도에 의한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므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허위로 부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보전을 위한 보전가등기까지 경료한 경우에는 금전채권의 강제집행에 장애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보전가등기가 경료된 이후에 강제경매 개시등기가 이루어지고 경매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보전가등기는 경매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이 인수하는 부담이 되고, 따라서 보전가등기의 존재는 경매목적물의 가격을 산정하는 데 있어서도 고려된다. 그러므로 보전가등기가 존재하는 경우 경매절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매수를 꺼리게 되고, 결국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서 경매가 이루어지는 결과가 되어 채권자들이 채권의 만족을 제대로 얻지 못하게 될 위험이 크다.
문제는 이처럼 허위채무를 부담하는 행위와 그에 따라 가등기까지 경료하는 행위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인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보전가등기가 경료되었는지 여부에 따라서 금전채권의 강제집행에 미치는 효과가 현저히 다르므로 양자를 구별해서 취급하는 것이 충분히 설득력을 얻는다. 대법원 또한 “피고인이 위 판시와 같은 허위의 금전채무를 부담한 사실만으로는 위 채권자들의 지분이전등기청구권의 집행에 어떠한 침해가 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위 허위채무부담에 따라 경료한 가등기가 위 채권자들의 권리실현에 장애가 된다면 별문제이나…”라고 설시하여 단순 허위채무부담행위와 허위채무부담에 이은 가등기 경료행위가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달리 취급될 수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채권자의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허위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부담하는 행위만으로는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으나, 소유권이전등기를 허위로 부담하고 그 보전을 위하여 가등기까지 경료한 때에는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2) 금전채무를 허위로 부담한 경우(담보가등기 경료)
(가) 판례 :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526 판결,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도3184 판결.
(나) 검토
금전채권에 의한 강제집행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강제경매 등의 환가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고, 채무자에 대한 다른 채권자들도 경매절차에 참여하여 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허위로 금전채무를 부담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정당한 채권자가 배당받을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허위로 금전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는 금전채권의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해할 위험이 발생한다. 만약 허위의 금전채무부담행위에 더하여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담보가등기까지 설정하는 경우, 담보가등기는 저당권과 마찬가지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채권자의 강제집행에 해를 끼치는 정도가 더 크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허위채무부담’ 요건과 ‘채권자를 해할 것’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므로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한다.
나. 채권자의 권리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인 경우
(1)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허위로 부담한 경우(보전가등기 경료)
(가) 판례 :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위 판시중의 가등기는 그것이 비록 그 판시와 같은 통모에 의하여 가장한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할지라도 … 위 가등기에 순위보전의 효력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전술 매매예약상의 청구권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던 만큼 이를 직접적으로 甲(채권자)의 그 판시와 같은 청구권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능케 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는 바이니…” (대법원 1967. 12. 18. 선고 67도1166 판결)
(나) 검토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타인에게 부동산을 허위로 매도하고(이중매매 상황이 된다) 그 타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본래의 채권자는 자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기한 강제집행을 완료할 수 있다. 즉, 채권자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서 승소확정판결을 받아 그 판결을 이용하여 단독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수 있으며, 타인 명의로 보전가등기가 경료되어 있는지 여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집행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허위채무부담’ 요건은 충족되나 ‘채권자를 해할 것’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이후에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경료된다면 채권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직권 말소되겠지만, 그 경우에는 본등기 경료행위를 허위양도에 의한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하면 될 것이다.
(2) 금전채무를 허위로 부담한 경우(담보가등기 경료)
(가) 판례 :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채권자인 소외 甲의 권리는 이 사건 토지의 1382/3951 지분에 대한 이전등기청구권이며 금전채권이 아니므로 피고인이 위 판시와 같은 허위의 금전채무를 부담한 사실만으로는 위 채권자들의 지분이전등기청구권의 집행에 어떠한 침해가 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위 허위채무부담에 따라 경료한 가등기가 위 채권자들의 권리실현에 장애가 된다면 별문제이나 가등기는 본래 본등기를 위한 순위보전의 효력밖에 없는 것이므로 가등기가 경료된 것만으로는 위 채권자들의 지분이전등기청구권의 집행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 1982. 5. 25. 선고 81도3136 판결)
(나) 검토
위 대법원 판결의 설시와 같이, 채권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강제집행은 채권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것으로 완료되므로 채무자가 허위의 금전채무를 아무리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강제집행에 대한 장애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채권자를 해할 것’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009/05/27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