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는 오늘도 원색 타이즈를 갖춰입고 자랑스레 팬티를 바지위로 꺼내입은 뒤 지구를 구하겠다고 동분서주하는 수많은 '맨'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멘, 그리고 하다못해 후레시맨까지, 전세계 모든 '맨'들이 [저사람만은 절대로 이길 수 없다]라고 고백한, 그리고 사실상 그들 모두가 한꺼번에 덤벼도 상대가 안되는 한 사람의 '맨'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그렇습니다. 평범한 인간, 즉 막말로 옆집 아저씨와 별반 다를 바가 없으면서 돈써서 장비 만들어서 싸우는 배트맨은 말할 필요도 없고, 스파이더맨이 아무리 거미줄을 쏴댄들, 그리고 엑스멘의 스톰이 폭풍을 일으키고 싸이클롭스가 레이저빔을 쏘고 로그가 펀치를 날리면서 동시에 울버린이 강철손톱으로 찌른들, 슈퍼맨에게 상처 하나라도 입힐 수 있겠습니까?
배트맨이야 주먹 한방이면 영원히 잠들게 할 수 있고, 거미줄 찢는거야 일도 아닙니다(일단은 피하면 되니까 찢을 필요도 없겠지만). 폭풍? 이사람의 콧바람이 곧 폭풍입니다; 레이저빔? 도대체 과녁조준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니 어디다가 대고 쏘겠습니까? 로그의 펀치야 어디 벼룩이 물었나..할 거고, 울버린의 손톱은 타이즈는 찢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사람의 살갖은 못 찢습니다. 아마 손톱이 먼저 부러지겠죠;
아. 후레시맨 말입니까? 걔네는 총 만들어서 쏘려고 합체동작 하다가 다 뻗어버릴겁니다. -_-;
이렇듯, 슈퍼맨은 문자 그대로 최강의 파워를 가진 '맨'입니다. 그런데 얄궂게도 바로 그 점이 갈수록 슈퍼맨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맞서서 대등하게 싸울 만한 적수가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다른 '맨'들은 얻어맞고 쥐어터지면서 벼랑끝에 몰리는 위기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승리를 거둬서 보는 이들에게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반면, 슈퍼맨의 싸움은 싱겁기 그지없었던 것이었죠. 물론 최대의 약점인 크립토나이트(그 녹색 돌 말입니다)가 있다고는 해도, 정신분열증인 배트맨, 돌연변이로서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스파이더맨, 인간들 구해주고도 미움받는 엑스멘의 괴로움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슈퍼맨이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신선하고 풋풋하게(-_-;).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해했을법한 의문들이 있죠. 슈퍼맨이, 즉 클라크 켄트씨에겐 로이스가 첫사랑일까? 슈퍼맨의 고등학교 성적은 어땠을까? 슈퍼맨은 사춘기 때 스트레스를 마을 뒷산을 부수면서 풀었을까? 정체를 들킬 뻔한 적은 없었을까?
그래서 등장한 TV시리즈가 바로 Smallville입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바로 클라크 켄트, 그것도 고등학생 클라크 켄트입니다.
켄트 집안에 입양되어서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라던 클라크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상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물론 어려서부터 가공할만한 힘(아버지의 트랙터를 집어던지는 등등)과 스피드는 가지고 있었지만, 난데없이 자다 깨보니 공중에 떠 있질 않나, 눈에 힘 좀 주니까 투시가 되질 않나..;;;
클라크가 살고 있는 마을인 스몰빌은, 시골의 작은 마을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12년전 거대한 운석이 이 마을에 떨어졌기 때문이죠. 운석이 떨어진 날 밤 이후 마을 곳곳에는 녹색으로 빛나는 운석 파편들이 널려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운석과 함께 스몰빌에 내려앉은 우주선에선 검은머리의 어린아이가 기어나와 켄트씨에게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클라크는 이상하게도 운석파편 목걸이를 하고 있는, 그리고 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라나에게 다가갈 때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정신을 못차리게 됩니다. 그 때문에 좋아하면서도 말 한번 제대로 못 걸죠. 그러다가 마침내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운석 파편들(이게 바로 크립토나이트)이 평범한 사람들에겐 이상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힘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죠. 사춘기의 클라크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 와중에서도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은 결국 자기 탓이라고 여기고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되죠.
이게 대충 스몰빌의 설정입니다. 스몰빌은 슈퍼맨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슈퍼맨과 악당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가 겪는 학교생활에서의 갈등, 사춘기의 문제들을 주로 다루면서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연애생활에 고민하는 슈퍼맨이라. 상상이 가십니까? 그리고 그의 미래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과거를 엿보는 것 또한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여기에다 스몰빌에선 나중에 슈퍼맨의 최고 적이 되는 렉스 루터가 클라크의 친구로 등장합니다. 어긋날 수밖에 없는 운명의 두 사람이 같이 지내는 것을 보는 것 또한 묘하죠.
미국에서는 시즌1이 성공을 거둔 후 시즌2가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선 요즈음 한창 AFKN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 일곱시에 방송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우연찮게 보고서는 끌려서 계속 보고 있죠.
일단, 캐스팅 하나는 끝내준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그랬던 것처럼, Tom Welling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슈퍼맨의 이미지 그대로입니다. 2미터에 달하는 큰 키에, 검은 머리카락과 순수해 보이는 표정까지. 물론 연기력은 좀더 발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만, 서포팅캐스트도 꽤 잘 구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버피나 앨리맥빌 같은 드라마보다 좀 어색함이 묻어나오는 건 사실입니다만, 그건 아직 시즌1이기 때문이라고 눈감아줄 수 있죠.
뭐..그냥 그렇고 그런 여느 틴에이지 드라마잖아! 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슈퍼맨이 나오는데 '그렇고 그런'이란 말은 좀 어폐가 있죠?
게다가, 타이즈도 아직 안 입기 때문에 특별히 혐오감을 준다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_^;;
한국에서 DVD로 출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것도 같습니다만 확인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번역이 되어서 DVD로 나왔다면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군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다음주 일요일부터라도 한번 보시는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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