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 3 4 5 6

뉴올리언즈 여행기

주절주절/여행 Posted at 2003/02/10 03:05

2002년 2월 1일 ~ 2월 7일에 걸쳐, 재즈의 고향이자 파파이스의 탄생지, 뉴올리언즈를 다녀오다.

[여행기 보기]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3/02/10 03:05 2003/02/10 03:05







큐브

주절주절/영화 Posted at 2003/01/22 02:36
우연히 극장에서 [큐브2 : 하이퍼큐브]의 예고편을 보고, 2편 보기 전에 1편부터 빨리 보자..라는 심정으로 [큐브]를 컴퓨터로 감상했다.

친절하게도 내용을 다 폭로(?)해주는 티비의 주말영화프로그램 덕분에 [큐브]의 내용은 대충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물론 전에 봤던 내용이 기억나지 않기만을 바랬다)

생각할 게 많은 영화다.

..큐브의 미궁을 헤쳐나가는 다섯 사람(시작과 동시에 토막나서 사망하는 사람 제외)들은 그들이 왜, 어떻게 그 안에 들어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큐브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실이 끊임없이 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의사로 나오는 '할러웨이'는 그 불안함 속에서 '분명히 누군가 이걸 만들어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라며 추측을 시도한다. 반면 '쿠엔틴'은 그런 문제에 신경쓸 바에 주어진 상황을 타개하려고 애를 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큐브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너무도 닮지 않았는가. 우리가 왜, 무슨 이유로 세상에 태어나서 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누가 세상을 만들었고 어떤 목적으로 운영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큐브 안의 다섯 사람처럼, 끊임없이 불안하고 두렵다. 그래서 이 세상을 만든 '누군가'를 어떤 형태로든 상상하고, 그에게 구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게 바로 종교 아닌가? 큐브 안의 사람들에게 충분한 식량이 있어서 그들이 그 안에서 오래 생활할 수 있었다면, 분명히 그들은 '큐브를 만든 사람'에게 기도를 드리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다섯 사람이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출구와 연결되는 방(=브릿지)을 찾아 헤멘 결과, 그들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낸다. 바로 그들이 맨 처음 출발했던 방이 브릿지였다는 것.

또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것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아닐까. 우리는 기를 쓰고 세상과 맞서 싸우고 아둥바둥 살아가지만 결국 그건 부질없는 짓이 아닐까. 출구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이리저리 헤맨 큐브 안의 사람들. 세상의 해답은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섯 사람 중, 결국 최후까지 살아남아 큐브를 탈출한 단 한 사람은 정신 장애가 있는 '카잔'이었다. 그는 무서우면 소리지르고, 아프면 울고, 먹고싶은 과자를 찾는, 그야말로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이다. 물론 소수를 분해하는데 천재적인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본능만을 가진 아기와도 같은 상태이다.

이런 생각도 해본다. 큐브를 탈출하는 것, 세상 속에서 제대로 살아남는 것, 그 열쇠는 바로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아닐까. 잘났다고 뻐기고, 더 잘나지려고 속이고, 잔머리를 굴리고, 싸우고.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를 기다리는건 파멸 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물들지 않은 아이와 같은 상태야말로 우리의 지향점이 되야 하는건 아닐까.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3/01/22 02:36 2003/01/22 02:36







피아니스트

주절주절/영화 Posted at 2003/01/15 02:33








너무나 처절하면 아름다울 수도 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3/01/15 02:33 2003/01/15 02:33
  1. jeep
    2007/08/09 01:26
    친구는 너의 위치의 현재 팬이 되었다!
    • onecent
      2007/08/10 01:24
      한때 블로그에 테러를 하고 다니던 정체불명의 스팸댓글이 드디어 한글화가 되었나보다. -_-;

      그 스팸 막으려고 알파벳만으로 된 댓글은 등록을 못하게 해 놓았더니만, 이녀석들이 한글화를 할 줄이야;

      저건 아마도 원문이 My friend has now become a fan of your site 정도가 될듯..

      site 를 '위치'라고 직역한 센스하고는.
      개그센스로서는 손색이 없다.







한 두어달쯤 전, 이 영화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고는 그냥 '보물섬'을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화했구나..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니 보물'섬' 이 아닌 보물'성' 이더군요..; 한글로 쓰면 두 글자가 너무나도 비슷한지라 모르고 지나치기가 쉽지만, 예고편에선 대문짝만하게 원제 'Treasure Planet'이 찍혀나왔으니 알아차리지 못할수가 없는 상황;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 Stevenson 의 대표작 [보물섬 Treasure Island] 를 디즈니에서 3D그래픽을 동원해 새롭게 변형시켜 만든 애니메이션이 바로 [보물성 Treasure Planet] 인 것입니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의 무대는 광활한 우주공간이고, 소설에서처럼 섬을 향해 항해하는 것이 아니라 보물이 묻혀 있는 행성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무대가 우주이다 보니 자연히 SF물의 성격을 띨 수 밖에 없습니다. 레이저총을 쏘고, 태양열을 동력으로 사용해 하늘을 헤집고 다니는 솔라블레이드라던가, 우주선을 타고 은하계를 휘젓고 다닌다던가 하는 등등이죠. 그렇지만 디즈니는 그러한 SF적 설정을 고전적인 디자인으로 포장해서 내놓습니다. 총알 대신 레이저가 나가지만 총의 디자인은 중세의 것이고, 우주선 역시 겉모습은 커다란 돛을 잔뜩 단 범선의 모양입니다. 배 안의 구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닻을 펴거나 접고, 키를 조종하는 모습 역시 옛날 모습 그대로죠. 등장인물의 복장 역시 고전풍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일행의 배가 은하를 떠돌아다녀도 우리의 머릿속에는 낯선 느낌보다는 원작 '보물섬' 의 장면들이 그대로 연상됩니다. 어릴 적 읽었던 책 속에 그대로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죠. 도리어 원작의 이미지가 기본적으로 깔린 바탕에 SF적 요소들이 간간이 눈에 띄어 신선함을 주는 식으로 감상이 이루어집니다.

영화등급 G(전체관람가)를 받은 디즈니 특유의 애니메이션인만큼, 러닝타임이 90분 정도로 짧은 편(어린이들의 참을성을 충실히 배려하는 디즈니입니다;)인 까닭에 전반부는 스토리 전개가 좀 지나치게 빠르게 이루어지는 감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너무나도 디즈니다운 해피엔딩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물성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3D 그래픽과 2D 그림이 거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어색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만들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한다면 디즈니의 기술력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죠. 그 밖에 웅장한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상당히 멋진 광경들이 펼쳐지는데, 그러한 스케일 크고 아름다운 화면 때문에 이 영화는 비디오로 빌려보는 것보다 극장에서 감상하는 것이 재미가 배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음악 역시 깔끔하게 잘 된 편입니다. 중세 뱃사람들의 음악의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음악과, 중간에 삽입된 노래 역시 자연스럽고 좋았습니다.

디즈니의 유머감각 역시 그대로입니다. 배 이름이 'RLS Legacy' 인 점 하며..(이 부분은 자막이 잘못되었더군요; 의도적인지 비의도적인지는 몰라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 원작에서는 완벽한 악역인 실버에 가해진 캐릭터 변형입니다. 디즈니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나쁜놈을착한놈만들기' 는 이미 '노틀담의 꼽추'의 피버스(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시겠지만, 소설 읽다 보면 찢어죽이고 싶어지는 녀석이 피버스입니다), '타잔'의 고릴라두목(이름이 기억이 안나는군요T_T)에서 나타났는데, 이번 '보물성'에서는 실버가 걸려들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좀 거부반응이 일어나긴 합니다만, 실버의 인격 변화가 짧은 시간이지만 중간중간 효과적으로 묘사됨으로써 마지막 그의 변화가 어색하지 않게 처리되었습니다. 그리고 뭐..어차피 나쁜놈 하나 줄어들면 세계평화에는 더 좋은거 아니겠습니까..[쿨럭]


그밖에도 빌리를 로봇으로 설정하고 그의 뜯겨나간 메모리칩에 관련된 이야기를 만든 점 등은 상당히 기발한 아이디어였습니다. 또, 초반에 짐이 선보이는 솔라블레이드 묘기는 '타잔'에서 타잔이 나무사이를 롤러스케이트타듯 미끄러지는 장면을 잇는 멋진 부분이죠. 그리고 여선장 역의 캐릭터가 저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딱딱한 영국 발음으로 저속한 표현은 하나도 안 쓰면서 조롱과 냉소를 퍼부어대는 게 아주 재미있더군요; 템페스트의 앤 밀레니엄과 아주 비슷한 스타일인데, 그런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멋졌습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3/01/11 02:30 2003/01/11 02:30







전 추리소설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매니아 수준은 절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탐정이나 범죄자가 등장하는 소설을 특히 재미있게 읽었죠. 다들 아시겠지만, 해문출판사(로고로 뚱하게 생긴 팬더를 쓰는 출판사죠)에서 나온 추리소설걸작선은 전50권 중 서른권정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사실 해문시리즈는 너무 유명하죠). 그것도 한꺼번에 마구잡이로 산 게 아니라, 한권 한권 차곡차곡 사서 읽고 하면서 모은 거라 지금까지도 제겐 소중한 책들이죠. 하도 많이 봐서 너덜너덜한 책도 있고, 또 여러 권을 친구에게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해서 지금은 스무권 가량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해문의 추리걸작시리즈는, 제가 듣기로는 원작을 정당한 허가를 거치지 않고 무단에 가깝게 번역한 거라고 하더군요. 그 탓인지는 몰라도 요즘은 구할 수 없는 절판된 시리즈입니다. 해문에서 나왔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도 마찬가지라고 하는군요. 요즈음 새로운 판본으로 해문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선집을 내긴 하는 거 같습니다만.

어쨌든, 그 해문추리걸작 시리즈에서, 당연하게도,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진 작품이 있다면 바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조금 못 미치지만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역시 쌍벽을이루고 있었죠. 당연히 어렸을 때부터 홈즈와 뤼팽은 저를 사로잡았고, 그 둘을 중심으로 책을 구하곤 했습니다. (물론 고학년이 되면서 엘러리 퀸이나 윌리엄 아이리시, 크리스티의 소설들이 서스펜스에 있어서 홈즈나 뤼팽보다 훨씬 훌륭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만)

그런데, 1년전쯤부터 황금가지에서 홈즈 전집이 출판되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완역본인데다가, 삽화도 원본이 그대로 실려 있었습니다. 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 당시에는 수험생 신분이라 뭐든 제약이(심리적으로) 걸리는 상황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전 홈즈 전집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황금가지의 홈즈 시리즈는 예상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두었고, 추리소설 열풍이 불어닥쳤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도 홈즈 작품들을 앞다투어 출판하기 시작했고, [내가 질까 보냐]라는 식으로 아르센 뤼팽 역시 국내 서점에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추리소설에 관심많은 저로선 너무도 좋은 일이었습니다. 뤼팽 시리즈도 바로 수집에 착수했고, 사는 김에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전집도 사버렸습니다.

1년 가량 새로 홈즈 책이 나올 때마다 사서 틈틈히 읽기를 한 결과, 바로 얼마 전 마지막 9권까지 제 책장에 꽂히게 되었습니다. 책 사기를 좋아하시는 사람들은 다 그런 건지 몰라도, 한꺼번에 아홉권짜리 전집을 사는 것과 한권 한권씩 사서 꽂아넣는 건 분명히 느낌이 다릅니다. 그것도 열독하면서 모은다면 애착은 더 커지게 마련이죠. 뤼팽 시리즈는 황금가지의 것이 아닌 까치에서 나온 책들을 사고 있습니다만, 아직 완간이 되지 않았죠. 출간된 것들은 전부 구입했습니다만;

황금가지의 홈즈 전집은 번역이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원서로도 홈즈 작품을 몇개 가지고 있는데, 비교하면서 읽어 보면 분명히 깔끔하게 잘 된 번역이긴 합니다만, 미묘한 부분은 좀 부족한 거 같습니다. 예를 들면, 왓슨 박사와 홈즈의 말투는 분명히 차이가 있음에도 번역본에서의 어조는 똑같습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까지 완벽히 번역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충분히 압니다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군요. 뤼팽 시리즈의 번역은, 불어지식이 전무한지라 뭐라고 할 말이 없군요;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 한명은 괴팍하고 천재적인 탐정, 다른 사람은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도둑. 상극을 달리는 두 사람입니다만, 저같은 경우는 뤼팽을 더 좋아합니다. 신출귀몰에 초인적 능력까지 보여주는 뤼팽은 홈즈보다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받을수도 있겠습니다만, 캐릭터 자체의 매력에 있어선 아무래도 뤼팽이 한수 위인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는 홈즈에 비해 울고, 웃고, 사랑하고, 고뇌하는 뤼팽이 더 독자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거겠죠. 뿐만 아니라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을 척척 해내는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둘은 실제로 작품 속에서 격돌하기도 합니다. 뤼팽의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심심찮게 홈즈를 그의 작품에 끌어들이곤 했죠. 당시 유럽에선 홈즈 탄생 이후 추리소설 붐 비슷한게 일었던 모양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르블랑 역시 그 붐을 업고 뤼팽을 탄생시킨 사람이니, 홈즈보다 뤼팽에 적합한 상대는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르블랑이 쓰는 뤼팽의 소설이다 보니 홈즈와 왓슨은 코믹하고 괴상하게 그려지고, 둘의 대결에선 뤼팽의 손을 들어주죠.(물론 홈즈에 대한 존중은 잊지 않습니다만, 부분부분 거의 조롱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죠) 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도일의 항의에 따라 르블랑은 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를 철자를 살짝 바꿔 엘록 숄메 Herlock Sholmes로 바꿔서 슬쩍 넘어갔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작품들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홈즈 시리즈는 단편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 비해 뤼팽 시리즈는 장편소설이 상당히 많습니다. 사실 홈즈 작품 중 장편은 단 네편에 불과하고, 작품의 재미에 있어서도 단편보다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뤼팽 시리즈는 홈즈에 비해 추리소설적인 특성은 훨씬 적은 대신에 어드벤쳐의 성격이 더 강하죠. 사람마다 둘 중 어떤 스타일을 더 좋아하느냐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뤼팽의 소설들을 더 좋아하는 것 뿐입니다.

예전의 해문추리걸작 시리즈와 이번의 완역판의 차이점이라면, 완역판답게 '진짜' 홈즈와 뤼팽이 어떠했는지를 만날 수 있다는 거죠. 홈즈가 사건이 없을 때는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코카인을 정기적으로 복용한다던가 하는 부분은 아동용으로 제작된 해문 시리즈에선 결코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었습니다. 근엄하고 멋있게만 그려지던 홈즈의 괴팍한 부분을 훨씬 더 잘 알 수 있죠. 뤼팽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역판을 읽으면서 전 [이제까지 속았었구나] 하고 생각한 게 한두번이 아니었죠. ^_^ 이제까지는 진짜 흑진주를 마지막에 주인에게 돌려주는 멋진 신사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건 허무맹랑한 거짓말이었다던가(사실 그렇죠. 도둑이 직업인 뤼팽이 뭐하러 비싼 걸 돌려줍니까;) 유리를 깨고 도둑질하는 줄 알았던 뤼팽이 사실은 정교하게 자물쇠를 따는 기술이 있었다던가 하는 겁니다. 뭐..해문 시리즈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도덕적으로 올바른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불가피하게 그랬다는 게 이해가 안되는건 아닙니다..;;

굳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이 아니더라도 홈즈나 뤼팽 시리즈는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홈즈 시리즈의 걸작 중의 걸작인 '얼룩진 끈' 이라던가 '빨간 머리 클럽의 비밀', 홈즈 장편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바스커빌 집안의 개'는 적극 추천입니다. 뤼팽의 작품 중에선 '아르센 뤼팽의 고백'이라는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 그리고 '기암성'이나 '813', '녹색 눈의 아가씨' 등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들입니다(거의 전부 다잖아;). 그리고..재미면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아르센 뤼팽 대 셜록 홈즈'도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한다는 점에서 볼만하죠.

앞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에까지 발을 넓혀보고 싶습니다만..그건 워낙 방대한지라;;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3/01/03 02:28 2003/01/03 02:28
  1. 왜잠이안오지ㅠ
    2007/10/14 05:37
    오빠가 뤼팽을 더 좋아한다니, 의외인데요?; 왠지 반대일줄 알았어요.ㅋㅋ
    • onecent
      2007/10/14 20:22
      그런가;
      절대로 잡히지 않는 도둑, 머리좋고 미워하기 힘든 사기꾼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도 드물잖아? ㅎㅎ
  2. 왜잠이안오지ㅠ
    2007/10/14 05:40
    어린이시절을 해문 아가사크리스티 시리즈와 함께했더랬죠;ㅋ
    • onecent
      2007/10/14 20:22
      잠깐..
      근데 동이 트도록 잠을 못 이루고 있는 자네는 누구...세요?







우리 곁에는 오늘도 원색 타이즈를 갖춰입고 자랑스레 팬티를 바지위로 꺼내입은 뒤 지구를 구하겠다고 동분서주하는 수많은 '맨'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멘, 그리고 하다못해 후레시맨까지, 전세계 모든 '맨'들이 [저사람만은 절대로 이길 수 없다]라고 고백한, 그리고 사실상 그들 모두가 한꺼번에 덤벼도 상대가 안되는 한 사람의 '맨'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그렇습니다. 평범한 인간, 즉 막말로 옆집 아저씨와 별반 다를 바가 없으면서 돈써서 장비 만들어서 싸우는 배트맨은 말할 필요도 없고, 스파이더맨이 아무리 거미줄을 쏴댄들, 그리고 엑스멘의 스톰이 폭풍을 일으키고 싸이클롭스가 레이저빔을 쏘고 로그가 펀치를 날리면서 동시에 울버린이 강철손톱으로 찌른들, 슈퍼맨에게 상처 하나라도 입힐 수 있겠습니까?

배트맨이야 주먹 한방이면 영원히 잠들게 할 수 있고, 거미줄 찢는거야 일도 아닙니다(일단은 피하면 되니까 찢을 필요도 없겠지만). 폭풍? 이사람의 콧바람이 곧 폭풍입니다; 레이저빔? 도대체 과녁조준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니 어디다가 대고 쏘겠습니까? 로그의 펀치야 어디 벼룩이 물었나..할 거고, 울버린의 손톱은 타이즈는 찢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사람의 살갖은 못 찢습니다. 아마 손톱이 먼저 부러지겠죠;

아. 후레시맨 말입니까? 걔네는 총 만들어서 쏘려고 합체동작 하다가 다 뻗어버릴겁니다. -_-;

이렇듯, 슈퍼맨은 문자 그대로 최강의 파워를 가진 '맨'입니다. 그런데 얄궂게도 바로 그 점이 갈수록 슈퍼맨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맞서서 대등하게 싸울 만한 적수가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다른 '맨'들은 얻어맞고 쥐어터지면서 벼랑끝에 몰리는 위기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승리를 거둬서 보는 이들에게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반면, 슈퍼맨의 싸움은 싱겁기 그지없었던 것이었죠. 물론 최대의 약점인 크립토나이트(그 녹색 돌 말입니다)가 있다고는 해도, 정신분열증인 배트맨, 돌연변이로서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스파이더맨, 인간들 구해주고도 미움받는 엑스멘의 괴로움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슈퍼맨이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신선하고 풋풋하게(-_-;).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해했을법한 의문들이 있죠. 슈퍼맨이, 즉 클라크 켄트씨에겐 로이스가 첫사랑일까? 슈퍼맨의 고등학교 성적은 어땠을까? 슈퍼맨은 사춘기 때 스트레스를 마을 뒷산을 부수면서 풀었을까? 정체를 들킬 뻔한 적은 없었을까?

그래서 등장한 TV시리즈가 바로 Smallville입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바로 클라크 켄트, 그것도 고등학생 클라크 켄트입니다.

켄트 집안에 입양되어서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라던 클라크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상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물론 어려서부터 가공할만한 힘(아버지의 트랙터를 집어던지는 등등)과 스피드는 가지고 있었지만, 난데없이 자다 깨보니 공중에 떠 있질 않나, 눈에 힘 좀 주니까 투시가 되질 않나..;;;

클라크가 살고 있는 마을인 스몰빌은, 시골의 작은 마을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12년전 거대한 운석이 이 마을에 떨어졌기 때문이죠. 운석이 떨어진 날 밤 이후 마을 곳곳에는 녹색으로 빛나는 운석 파편들이 널려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운석과 함께 스몰빌에 내려앉은 우주선에선 검은머리의 어린아이가 기어나와 켄트씨에게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클라크는 이상하게도 운석파편 목걸이를 하고 있는, 그리고 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라나에게 다가갈 때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정신을 못차리게 됩니다. 그 때문에 좋아하면서도 말 한번 제대로 못 걸죠. 그러다가 마침내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운석 파편들(이게 바로 크립토나이트)이 평범한 사람들에겐 이상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힘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죠. 사춘기의 클라크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 와중에서도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은 결국 자기 탓이라고 여기고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되죠.

이게 대충 스몰빌의 설정입니다. 스몰빌은 슈퍼맨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슈퍼맨과 악당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가 겪는 학교생활에서의 갈등, 사춘기의 문제들을 주로 다루면서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연애생활에 고민하는 슈퍼맨이라. 상상이 가십니까? 그리고 그의 미래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과거를 엿보는 것 또한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여기에다 스몰빌에선 나중에 슈퍼맨의 최고 적이 되는 렉스 루터가 클라크의 친구로 등장합니다. 어긋날 수밖에 없는 운명의 두 사람이 같이 지내는 것을 보는 것 또한 묘하죠.

미국에서는 시즌1이 성공을 거둔 후 시즌2가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선 요즈음 한창 AFKN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 일곱시에 방송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우연찮게 보고서는 끌려서 계속 보고 있죠.

일단, 캐스팅 하나는 끝내준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그랬던 것처럼, Tom Welling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슈퍼맨의 이미지 그대로입니다. 2미터에 달하는 큰 키에, 검은 머리카락과 순수해 보이는 표정까지. 물론 연기력은 좀더 발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만, 서포팅캐스트도 꽤 잘 구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버피나 앨리맥빌 같은 드라마보다 좀 어색함이 묻어나오는 건 사실입니다만, 그건 아직 시즌1이기 때문이라고 눈감아줄 수 있죠.

뭐..그냥 그렇고 그런 여느 틴에이지 드라마잖아! 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슈퍼맨이 나오는데 '그렇고 그런'이란 말은 좀 어폐가 있죠?
게다가, 타이즈도 아직 안 입기 때문에 특별히 혐오감을 준다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_^;;

한국에서 DVD로 출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것도 같습니다만 확인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번역이 되어서 DVD로 나왔다면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군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다음주 일요일부터라도 한번 보시는게 어떨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2/12/30 02:27 2002/12/30 02:27







익스트림 OPS

주절주절/영화 Posted at 2002/12/26 02:24
특별히 기대를 한 것도 아니고, 보려고 애를 쓴 것도 아니지만 어찌하다 보니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뭐..예고편은 몇번 본 상태였고, 언젠가 신문에서 간단한 소개글을 본 까닭에 대충 내용은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만. 일단..영화 타이틀에서도 드러나듯이 소재는 익스트림스포츠(X-Game이라고 부르더군요; 여기에 대해선 문외한입니다만;)입니다. 홍보문구에는 'XXX와 버티칼리미트보다 더 짜릿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두 영화 중 어느 것도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판단불가군요.

일단, 이 영화는 혹여라도 볼 생각이 있으시다면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제 경우가 바로 '기대 별로 안하고 들어가서 생각보다 기분좋게 보고 나온' 케이스입니다. 지금 좀 인터넷을 뒤져 보니, 영화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가는 아주 혹독하기 그지없군요. 몇개만 뽑아봅니다.

"...the film's most improbable feat? It didn't go straight to video."
[이 영화의 가장 믿을 수 없는 업적이 무엇이냐? 즉시 비디오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It is hard to say what Extreme Ops is a bigger waste of film or time."
[익스트림 OPS가 과연 시간낭비가 더한지 필름의 낭비가 더한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자..이정도 되면 할말 다했습니다. 제가 영화비평을 보고 싶을 때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는 야후무비입니다만, 비평가들의 평점은 D인데다가, 네티즌 점수도 5점 만점에 2.1점밖에 못 얻었습니다. 뭐..그리 욕을 많이 얻어먹고 있으니, 전 제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그래도 이런 점은 괜찮다!' 라는 부분들을 중점으로 쓰겠습니다.

일단, 영화에 대한 제 취향을 말해 보자면, 전 영상미 쪽에 상당히 비중을 많이 두는 편입니다. 웅장한 스케일의 영화라면 앞뒤 안가리고 보는 스타일이죠. 다들 유치하다던 '다이너소어'도 전 참 재미있게 봤고(그래픽효과는 정말 신기에 가까웠습니다), '진주만'도 그 화면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익스트림 OPS' 역시 만족할 만한 장면들이 꽤나 있습니다. 일단 끝없이(영화내내 지겨울 정도로) 펼쳐지는 하얀 눈밭부터 시작해서,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하던 스노보드와 스키를 이용한 묘기 등은 볼만했다고 생각합니다. 눈사태 역시 멋있었습니다.(재해를 멋지다..라고 표현하는건 지나칠수도 있겠습니다만)

물론, 스토리라인은 빈약하고(플롯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습니다, 사실) 캐릭터들에게 어떤 애정을 느낄 만큼 인물의 성격묘사가 진전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끝에 가서는 모든 게 갑자기 다 잘 풀려버리는, 약간 허무한 결말입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난 지금, 어떤 치밀한 플롯이나 꼬이고 꼬이는 스토리 같은 걸 기대하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그냥 생각없이 위험을 즐기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게 X-Game의 정신인지 어떤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문외한이라서;;). 그러고 나면 영화의 나머지 부분도 그럭저럭 들어맞죠. 시작부터 끝까지 울려퍼지는 테크노풍의 빠른 음악, 쉬지않고 질주하는 배우들, 그리고 밀려내려오는 눈사태...이런 게 절정에 달하는 부분이 주인공 윌이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것처럼 속인 다음 웃음으로 마무리짓는 장면이죠. 영화의 기본 생각 자체가 '그냥 즐기자' 인 겁니다.

별 깊은 생각없이, 그냥 화면과 속도를 즐기는 생각으로 영화를 본다면, 저 정도로 만족할 수는 있을 겁니다. (물론...재미없는 헐리웃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맥없는 총격씬, 그리고 허접한 대사 등을 참아내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2/12/26 02:24 2002/12/26 02:24







사실 저는 톨켄의 소설 '반지의 제왕'의 팬은 아닙니다. 사실 그런 소설이 있다고 알고 있는 정도였지, 특별히 읽어보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도 없었죠. 그러다가 2001년 겨울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영화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가 개봉되었습니다. 소설의 영향력 등을 생각해 볼 때 영미권에서의 반응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고 국내에서도 그에 미치지는 못한다 해도 상당히 열기가 고조되었습니다. 그리고 좀 있더니 아카데미 열한 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질 않나, 역대 최고의 영화로 손꼽힐 정도라는 평이 나돌질 않나, 하여간 대단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난리법석에도 불구하고 저는 '반지원정대'를 보지 않았습니다. 당시 예비고3이었던 저는 나름대로 결의를 다지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몬스터주식회사'를 보고 나서 [앞으로 일년동안 영화는 절대로 안본다!] 라는, 지금 생각해 보면 쪽팔린, 말도 안되는 맹세를 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도, '반지원정대'도 패스였습니다. (그 맹세에 대해 덧붙이자면, 결국 몇 달 후 스파이더맨과 스타워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그리고는 한술 더 떠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수능시험의 위기감이 더해오던 여름방학에, eDonkey를 이용해서 '반지원정대'를 다운받았습니다. 갑자기 무슨 변덕으로 하필이면 그 영화를 택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감상했는데..
이건 장난이 아니더군요. 웬만한 영화와는 비교가 안되는 스케일에서부터 완벽에 가까운 특수효과까지. 너무나 감동받은 나머지 몇 번이고 다시 보고, 또 몇몇 부분만 골라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책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죠) 그리고 당연하게도 2부를 기다리던 중, 드디어 지난 18일 영화의 두 번째 파트, '두 개의 탑'이 개봉했습니다. 저는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볼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부에 이어 2부까지, 정말 대작이 나왔다는 겁니다. '두 개의 탑'은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한 영화입니다. '반지원정대'의 경우 스토리텔링에 치중해 지루하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두 개의 탑'은 확실히 속도감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반지원정대'보다 한층 파워업된 영상미는 세시간 동안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합니다. 1부에서 엘프들의 마을 '리븐델'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던 제작팀은 이번엔 인간들의 나라 '로한'을 창조해냈습니다. 자연지형과 어우러져 위치한 로한의 도시, 그리고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전투가 벌어지는 헬름 협곡까지, 뉴질랜드의 경치와 맞물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아름답고 장대한 영상에 덧붙여, 음악 역시 한몫을 합니다. 1부에서 이미 등장했던 메인테마를 다시 듣는 것도 좋았지만, 저는 특히 로한의 테마음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로한은 말(horse)로 특징지어지는 나라인데, 로한의 테마는 마굿간을 연상시키는(뭔가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습니다.

영화의 최고 장면이자, 이제까지 제가 본 어떤 영화의 전투장면보다 완벽하게 묘사된 장면인 헬름 협곡에서의 전투는.. 짧은 글솜씨로 표현할 성질이 아니라고 봅니다. 영화 내내 전투는 여러 곳에서 다른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특히 헬름 협곡에서의 싸움은, '글래디에이터'의 초반 전쟁장면을 애들 장난으로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합니다.

물론, 여전히 작은 문제점들은 있습니다. 세시간에 달하는 영화의 분량은, 사람들에 따라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또, 1부보다 스토리 전개가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흔히 보는 액션물에 비하면 결코 박진감있는 전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역시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1부 '반지원정대'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2부 '두 개의 탑'은 혼란만 가져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1부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 때문이죠.

그리고 원작과 관련하여, 이번 '두 개의 탑'은 세 편의 영화 중 가장 원작과의 거리가 멀다고 합니다. (전 게으른 탓에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톨켄의 골수팬들에게 있어서는 좀 탐탁치 않을 수도 있다는군요. 하지만 책에 지나치게 충실해서 영화를 망친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습니다. 오히려 저는 해리포터처럼 엄밀하게 원작을 따르는것보다(해리포터의 영화화가 실패라는 말은 아닙니다만) 감독이 적절하게 변형을 가한 이 경우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감독 피터 잭슨 역시 원작 소설의 골수팬이라더군요) 또, 원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스토리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을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난데없이 골룸의 본명이 튀어나오는 부분이나, '두 개의 탑'이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그와 관련된 언급이 영화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등이 그렇죠.

이번 '반지'는 정말 대단한 히트가 될 거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매진 행진이 계속되고 있고,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도 전작을 뛰어넘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군요. 이 영화는 그 스케일과 영상, 그리고 음악만을 고려하더라도 반드시 빅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영화입니다. [비디오로 봐도 되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릅니다(제가 '반지원정대'를 가지고 그랬던 것처럼). 저는 메가박스 1관에서 다시 볼 생각입니다. ^_^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2/12/24 02:22 2002/12/24 02:22







크렉데이빗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엄청나게 주목받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1집이 워낙 대단했기 때문인지 2집발매는 그래도 나름대로 관심을 끄는 모양이더군요. 다음(Daum)에 헤드라인으로 뮤직비디오가 뜨기도 하고.. 하지만 제 주위 상황으로 볼 때 인지도가 최상급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렉의 음악에 빠진 사람들은 많습니다. 국내팬들도 점점 늘어가는 것 같고.

크렉 데이빗 1집은 정말 CD가 닳도록 들은 앨범입니다. 그냥 CD가게에 들어가서 별 생각없이 집어들고 샀는데, 이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 되었습니다. 투스텝이라는 생소한 사운드가 제 취향과 딱 맞아떨어진 거죠. 랩하듯이 리듬에 얹어 가사를 쏟아내는 특유의 사운드는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지는 그런 음악이었습니다. [Fill Me In]이나 [7 Days]같은 투스텝 스타일의 노래에서부터 이상하게도 들을수록 더 좋아지는 [Walking Away] 까지, 크렉의 1집은 버릴 노래가 하나도 없는, 명반입니다.

자..그리고 얼마전 드디어 크렉 데이빗의 두 번째 앨범을 구해서 들어보았습니다. 타이틀은 Slicker Than Your Average. 자켓 단순한 것도 변함없고, 빵모자가 잘 어울리는 것 역시 변함없더군요. 기대를 많이 하고 CD를 걸고 들어본 결과..

역시 크렉 데이빗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1집의 사운드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많이 약해진 대신에 기계음이 좀더 중시되고, 전체적으로도 좀 무게가 실렸습니다. 첫 싱글로 내놓은 [What's Your Flava?]는 1집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역시 마음에 듭니다. 기계음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고, 멜로디나 리듬도 괜찮더군요. 강한 분위기의 [Fast Cars]나 1집에서 보여줬던 크렉의 빠르게 가사를 내뱉는 기술이 극에 달한 [Eenie Meenie](아예 후반부에선 랩을 합니다), 스팅의 유명한 노래를 샘플링한 [Rise & Fall] 등도 들을 만한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Hidden Agenda]를 가장 좋아합니다만, 이 곡이 두 번째 싱글로 릴리스되었다니까 기대를 해 봐야겠군요.

달라진 건 분명한데, 확실히 크렉 데이빗만의 색깔이 묻어나옵니다. 1집만큼 대단할지 어떨지는 더 들어보기에 달렸습니다만(사실 크렉데이빗의 특징은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진다는 것), 그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충분히 마음에 드는 앨범입니다. 그렇지만, 역시 크렉 데이빗의 음악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는 2집보다는 1집을 권해드리고 싶은 건 어쩔 수 없군요. 1집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없이 들릴 겁니다. 2집에서는 약간 실험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물론, 저는 그런 실험정신도 높이 평가합니다만.

쓰고 나니 찬사로만 일관한 거 같지만, 그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_^
나이도 아직 어린 이 영국 가수가 앞으로 계속 멋진 음악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02/12/22 02:20 2002/12/22 02:20







1 ...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