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

日常 Posted at 2007/03/04 01:04
지난주 월요일에 졸업앨범을 받았다.
앨범에 실린 개인사진이야 미리 별도로 인화신청을 해서 확인해 봤던지라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 할 일이 없었고, 그 외에 조별촬영 사진이나 이미지사진은 워낙 작게 나와서 눈을 앨범에 들이대고 살펴봐야 이목구비가 분간될 정도였으니 이상하게 나왔다 해도(물론 실제로 이상하게 나오기도 했지만) 내 얼굴을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 볼 사람이 있을리가 없으니 마음쓸 게 아니었다.

친구들 얼굴이 어떻게 나왔나 살펴보면서 '아 잘 나왔네' 내지는 '정말 똑같이 나왔네(이런 류의 앨범에는, 얼굴 생김새뿐만이 아니라 그사람 성격까지도 사진에 그대로 묻어있는 사람들이 가끔씩이지만 꼭 있다)', 또는 '아, 실물이 더 낫네' 하고 혼자 생각해 보는 게 은근히 재미가 쏠쏠하다.

다 좋은데, 문제는 이놈의 앨범이 무지막지한 크기와 두께, 그리고 그에 걸맞는 중량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의대를 제외한 전 단과대학 사람들 사진이 다 실려 있으니 페이지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법대 졸업사진은 무려 400페이지가 넘어가서야 나온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법대 말고 다른 단과대 사람들 사진도 실려있는 앨범을 받게 되니 고시식당 식권을 마흔장 가격에 오십장을 사는 것처럼 뭔가 덤으로 더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만, 앨범을 들춰보고 나면 그게 오산이었음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그동안 학교 다니면서 이리저리 마주치면서 얼굴만 알게 된 사람들 찾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내가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을 제외하고 그렇게 '어디선가 봤지만 누군지는 모르는' 사람을 처음으로 찾아낸 건 무려 94페이지나 지난 다음이었다. -_- 앨범 전체를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 다 열심히 들여다보는 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다.

졸업앨범의 쓸모는, 아마도 나중에라도 '아 그때 우리학교에 그런 녀석이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면 얼굴이나 다시 뒤적여 보는 데 써먹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묻혀 있던 옛 추억도 떠오르고 하면서 혼자 키득댈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번에 받아 온 저 육중한 졸업앨범 중에서 나한테 진정으로 쓸모가 있는건 400페이지부터 한 열두어쪽 정도 뿐이다. 그 부분만 찢어내서 스테이플러로 철해 놓는 게 나중에 찾아보는 데 훨씬 좋을 거다. 무거운 책 들었다 놨다 책장 넘기면서 팔운동까지 겸하려는 게 아닌 이상.

차라리 법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앨범을 만드는 게 나을 것이다. 그리고 만드는 김에 졸업하는 사람들(물론 올해 졸업앨범에 실린 법대생들의 절대다수는 올해 진짜로 졸업을 하진 않을 테지만ㅎ) 얼굴만 넣지 말고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재학생들 사진을 다 실어서 만들면 어떨까? 그러고는 졸업생들 아닌 재학생들에게도 앨범을 나누어 주는 거다. 물론 이렇게 되면 앨범을 '졸업앨범' 이 아닌 뭔가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하겠지만, 그렇게 해서 1학년 때부터 4학년을 마칠때까지 매년 같은 과 학생들 얼굴이 실린 앨범을 하나씩 갖게 된다면 친구들 늙어가는 모습, 변신하는 모습 망가지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동기들 뿐 아니라 선배 후배들 얼굴까지 나중에 찾아볼 수 있으니 키득댈 일도 늘고 일석多조다.


아 물론. 내 얼굴 보면서 키득댈 사람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게 부작용이겠지만, 나 보는 데서 키득대진 않을 테니 그정도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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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4 01:04 2007/03/04 01:04
  1. 하영
    2007/03/06 11:42
    오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_+
    난 민지 민정이랑 메뉴판과 비교해보며 비포&애프터를 감상했어ㅋㅋㅋ
    • onecent
      2007/06/25 00:41
      메뉴판과의 비포/애프터 재밌겠다.
      나도 한번 해봐야지..
      그러나 문제는 졸업앨범을 신림동에 두고 왔다는거;;
  2. 비밀방문자
    2007/03/06 11:43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3. 가넷
    2007/03/29 00:08
    좋은 생각이네.
    다른 과는 몰라도 법대는 그럴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아울러 졸업은 했지만 계속 학교에 있는 사람들도 매년 같이 사진을 찍는 것도...
    (아, 이건 좀 그런가... 나름 재미있을 것 같은데...;;;)
    • onecent
      2007/06/25 00:42
      사실, 저도 졸업 했지만 계속 학교에 있는 사람들도 다 같이 찍는게 제일 좋을거란 생각입니다. 근데 막상 그렇게 할 생각을 해 보니 대체 어디까지 포함을 시키고 어디부터는 제외해야 할지가 감이 안잡히더라구요; 졸업생 전원을 상대로 원하는 사람들한테 신청을 받아야 하려나; ㅎㅎ
  4. beau casino resort rivage
    2008/01/14 04:34
    아주 재미있는 지점. 감사.
  5. GUna
    2008/01/14 10:51
    ↑↑↑ 와... 댓글 기계의 이 무시무시한
    Artificial Intelligence라니..ㅋㅋ 적절한 시니컬함까지 겸비했어;
  6. onecent
    2008/01/16 10:57
    저 댓글 기계는 끊임없이 진화해 왔어.
    원래는 영어로 아주 일상적인 멘트를 남기는 형태였어. 그러자 사람들은 본문이 영어로만 되어 있는 글을 차단하는 방법을 통해 댓글을 차단했지. 영문 사이트면 몰라도 방문객의 절대 다수가 한국 사람인 우리나라 블로그에서는 영어로만 댓글을 다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저 방법은 스팸 댓글 막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어. 나 역시 그 방법을 쓰고 있었고..

    한참동안 스팸댓글 못 봤나 싶더니만, 얼마 전부터는 저렇게 한글로 댓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화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지. 물론 원래 영어 쓰는 사람들이 개발한 거라 그런지 한글은 영어를 한 단어씩 직역한 거라 표현은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스팸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댓글 내용을 전달하는 데는 애초에 관심이 없으니까 상관이 없지.

    가령 요 바로 위의 댓글은 원래 "Very interesting site. Thanks." 라고 남겨야 할 걸 한글로 번역한 거라고 봐야겠지. ㅎㅎ 어색한 번역 탓에 요새는 스팸 댓글 지우면서도 피식피식 웃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아무래도 골치가 아파. -_-







New Year's Resolutions

日常 Posted at 2007/01/01 00:00
1. 침묵은 금.
2. 언어순화.
3. 무던한 건 좋지만 무심해져서는 곤란하다.
4. 근거있는 자신감을 갖고, 근거없는 오만함은 버려야 한다.
5. 계획적으로 살자.
6. 더 철저한 원칙주의자가 돼야 한다.


7. 6월에 치는 시험에 붙자.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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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1 00:00 2007/01/01 00:00
  1. onecent
    2006/12/31 23:56
    이곳에 일부러 들러주시는 분들, 어쩌다 흘러들어오신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냥 이것저것.

日常 Posted at 2006/12/03 12:00
1. 책을 살 일이 생겨서 오랜만에 그날에 들어갔는데, 이거야 원.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읽어야 할 책은 더 많다.

사 놓고 안 읽은 책도 만만치 않게 많다.


2. 생일선물로 비포 선라이즈/비포 선셋 대본을 펴낸 책을 받았다. 워낙 열심히 본 영화인지는 몰라도 대사만 읽어도 장면이 떠오르는게 재미가 쏠쏠하다.

생각난 김에 비포 선셋 디비디를 꺼내서 이 장면 저 장면 건너뛰어가며 봤는데, 역시나 첫 장면이 최고다. 그 짧은 순간 안에 지나간 세월을 담아낼 수 있다니. 영화나 연극처럼, 한정된 시간 안에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경우에는 그 속에서 긴 세월의 경과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게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배우 얼굴에 주름살을 그려넣어 보거나, 그것도 도저히 안 통할 만큼 동안인 녀석한테는 수염을 달아 준다거나 하는 게 주로 쓰는 수법인데, 아무래도 어색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제이크 질렌할(감당못할 정도로 동안 -_-;)한테 회색 수염 붙여줬던 광경을 한번 생각해 보라.

그에 비하면, 비포 선셋은 일 처리하기가 참 쉬웠다. 실제로 배우들이 늙어버렸으니까. 분장 안해도 세월의 흔적이 생생하게 얼굴에 새겨져 있다. 그냥 전편의 영상을 오버랩시켜서 현재의 모습과 비교만 해 주면 끝이다. (물론 그 오버랩시키는 타이밍이나 편집이 정말 기가 막힐 정도긴 했지만)


3. 책상을 정리하면서 1순환 때 써 놓은 답안지 뭉치를 발견하고 펴 봤다.
내 답안 쓰는 실력은 퇴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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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3 12:00 2006/12/03 12:00
  1. 하영
    2006/12/14 15:45
    그저 1순환때 "너무" 잘썼던게 아닐까?ㅎㅎㅎ
  2. 리더
    2006/12/17 22:31
    그렇지만은 않아 하영아 ㅋㅋ
  3. onecent
    2006/12/18 01:15
    ㅎㅎ 그래서 더 문제라니까요.
    어째 실력이 늘기는커녕..-_-;







재수

日常 Posted at 2006/05/20 23:36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01&article_id=0001301531&section_id=100&menu_id=100


이 뉴스를 보고는 형이 내 방에 들어와서 조금 전까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한참동안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나도 침 튀기면서 독설을 퍼부었을만한 일이었지만, 청개구리 근성이 워낙 지독한지라 난 다른 사람들이 열을 낼 때는 오히려 차분하게 대응하는 습성이 있다. 저 뉴스를 보고 어이없어하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라면 있는 힘껏 핏줄을 부풀려가며 투덜대 줘야겠지만, 이미 투덜대고 있는 사람 앞에서라면 그렇게 애쓸 것도 없잖은가.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우린 축구에 미친 나라에 사는 축구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거 참, 재수 지지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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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0 23:36 2006/05/20 23:36
  1. 동현
    2006/06/05 01:30
    글쎄..축구에 미쳤다기보다는 "월드컵"에 미쳤다고 해야겠지;;







무심코 던진 돌에..

日常 Posted at 2006/04/03 00:24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죄 없이 맞아 죽는 개구리를 살리기 위해, 돌을 던지지 못하도록 팔을 잡아매 둬야 하는가?



...나는 점점 귀족주의자가 되어 가고 있다.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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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3 00:24 2006/04/03 00:24
  1. 하영
    2006/04/06 10:02
    귀족주의자? 어떤 의미에서?
    • onecent
      2006/04/11 13:17
      글쎄..돌을 던지지 못하도록 팔을 잡아매선 안된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다는 뜻이야.
  2. 이경호
    2006/04/12 22:11
    어쩌면 귀족주의자가 되는 것이 러셀의 역설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좋은 길일지도 모르지. 이상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거야.



    하지만 그래, 정말 위선적일지도 모르지만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는게
    잘못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어느 누구도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수 없겠지.
    • onecent
      2006/04/22 19:57
      "이상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은 이해가 간다만, 귀족주의자가 되는 것이 러셀의 역설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네가 설명을 안해주면 나로선 못알아듣겠다;;ㅎ

      모두가 귀족주의자- 아니지, 정확하게 말하면 귀족'주의자가 아니라 '귀족'- 이 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모두가 귀족이라는 말은 결국 아무도 귀족이 아니라는 말하고 같을지도 몰라. 약함을 전제하지 않는 강함은 과연 가능할까?
    • 비밀방문자
      2006/04/24 10:29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onecent
      2006/04/30 19:31
      왜 러셀의 역설 이야기를 했는지는 이제 알겠다.
      하지만 난 귀족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귀족없는 이상향을 꿈꾸는 건 더더욱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지. 귀족들만이 사는 세상이 만약 가능하다면 가장 좋은 거 아닐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과연 약함이 전제되지 않고도 강함이 가능할까 하고 궁금해 하는거고.

      만약 그게 불가능하고, 소수의 강함과 다수의 약함이 필연이라면, 그런 경우 귀족'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었어.

      난 오늘날의 사회는 약자들로 우글대고 있다고 본다. domination 이야기를 했지만.. 만약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dominate 하고 싶어하고, 그가 실제로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실제로 dominate한다고 해도 그건 전혀 강함이 아니야. 다른 사람을 짓밟고 싶어하는 것이야말로 나약한 자들의 속성이기 때문이지.. 강한 자들의 감정은 경멸이거나 무관심이지 증오나 미움이 아니니까.

      증오나 미움으로 날뛰는 약한 자들이 없어진다고 해도, 경멸과 무관심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야. 죽이려고 던진 돌 뿐만 아니라 '무심코' 던진 돌에도 개구리는 죽기 때문이지.







최근에 읽은 책 몇 권.

日常 Posted at 2006/04/03 00:21
1. George Orwell, 1984

[1984]의 전반부는,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빅 브라더'로 대표되는 [1984]의 음울한 사회는, 이제는 새삼스레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소설에 등장하는 'Newspeak (新語)'은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서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윈스턴이 당에 저항하다가 발각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차츰차츰 그의 정신이 산산조각이 되어 결국은 인간성이 완전히 말살되고 마는 모습은 실로 섬뜩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게 항상 잠들기 전, 늦은 밤이어서 무서움이 더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최근에는 읽은 책들과 본 영화들은 기묘하게도 서로 겹치는 구석이 많았다. 한창 이 책을 읽던 중에 마찬가지로 음울한 전체주의 사회를 그린 영화(브이 포 벤데타)를 본 데다가, 책 속에 나왔던 고문 장면들이 머리속을 떠돌고 있던 가운데 영화 [청연]에서 주인공들이 끔찍하게(!) 고문을 당하는 모습을 봐야 했다(그러고 보니 [브이 포 벤데타]에도 고문 장면이 나오긴 한다. [청연]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지만;). 게다가 또,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제목부터가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이다. 이 책에 대해선 아래에서 따로 언급하겠지만, 일단 조지 오웰과 [1984]에 대한 글에서 두 구절을 인용하면 좋을 것 같다.(강조는 내가 멋대로 가한 것이다)

"오웰이 발견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운영자들이 분별력을 갖추기는커녕 자신의 동료들과 더불어 비합리적 충동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 충동에는 권력에 대한 욕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우리가 상상했던 자유주의가 전체주의의 악몽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오웰은 생애의 남은 기간 동안 자신이 믿는 사회주의의 인간적·개인적 성격을 강조했다. 비평가들은 고전적 스토아 철학으로 복귀하여 진보를 포기했다는 이유로 오웰을 음울한 작가로 간주한다. 그러나 인간사를 조직화하는 이데올로기의 상대주의가 없다면 남는 것은 오직 순수한 절대적 인간성이다. 오웰이 [1984년]에서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순수한 절대적 인간성,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1984년은 이미 한참 지났고(다시 한 번, 기묘하게도 난 1984년생이다 -_-), 오웰이 만들어낸 '빅 브라더'는 상투적인 용어가 돼 버렸지만 여전히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나만 빼고는 이미 다 읽어봤을지도 모르겠지만;;). 대신 심약하신 분들은, 윈스턴이 잡혀가는 대목에 이르면 일단 책을 덮고, 그 뒤부터는 밝은 대낮에 읽으실 걸 권한다(네녀석이 겁이 많아서 그래!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읽은 Signet Classics 판에는 에리히 프롬의 서평이 뒷부분에 부록으로 달려 있다. 프롬이 이 책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약간 궁금하긴 하지만, '(드디어)책 한권 다 읽었다'는 기쁨을 빨리 만끽하고 싶어서 "본문은 여기까지야", "남의 서평을 읽으면 자기 생각을 세우지 못해"라고 얼토당토않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책을 덮고 치워버렸다.

2.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2, 한겨레출판사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언제 읽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 구술면접을 준비한답시고 온갖 책을 다 뒤적거리다가 읽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한창 머리가 깨어나고 있는 중이었고, 박노자씨의 그 책 역시 내가 사회 의식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한창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던 시절에 읽었으니 그의 날카로운 문제제기에 깊이 공감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후 몇 년이 흘렀고, 그 시절의 날카로움을 조금이라도 되찾고 싶어서 [당신들의 대한민국 2]를 집어들었다. 바보 되기 딱 좋은 시험공부가 (일시적으로나마) 끝나고 나서 가장 먼저 산 책이 바로 이거였다. 박노자씨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병영국가 대한민국에 대한 그의 문제제기,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상황에 대한 비판 등 예전의 책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주제들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어찌 보면 진부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그런 문제제기로도 지금의 내 무뎌진 머리에겐 신선한 자극이었다.

3. 윌리엄 L. 랭어 엮음(박상익 옮김),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 푸른역사

얼마 전 오랜만에 선생님을 만났는데, 선생님이 들고 온 책이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라는 책이었다. 재미있는 책이라고 하시면서 원래는 두 권짜리로 된 책 중 첫번째 권이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뭐든 따라하고 싶어하는 유치한 제자로서 바로 다음 날 학교 책방에 가서 책을 찾아봤는데,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는 없고,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인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만이 재고가 남아 있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없는 돈을 털어서 (꽤나 비싸다 -_-;;)사서 읽어 보았다.

여러 사람들이 서양 근현대사의 여러 주제에 대해 쓴 글을 묶어 놓은 역사책이다. 한 사람이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서술한 게 아니라 책 전체를 꿰뚫는 연속성은 없지만, 그게 흠이 되진 않는다. 넉넉히 시간을 두고 많은 분량을 한꺼번에 읽는 게 쉽지 않은 나로선 짤막짤막한 글들로 이루어져 있는 게 오히려 이점이 되었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라든가, 영국 엔지니어 브루넬, 그랜드 투어 등,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뉴턴이나 루소, 마르크스와 같은, 비교적 잘 알려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점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책 중반부 계몽주의-루소-로만주의(낭만주의) 로 이어지는 세 개의 글은, 서로 독립적이지만 내용 면에서 연결되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조망 역시 가능하게 해 준다. 그 부분이 내가 가장 주의를 기울여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계몽주의 시대에서 낭만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은 흥미를 끄는데, 전에 읽었던 [낭만주의의 뿌리]라는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한번 읽은 책의 내용 중에 제대로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는 건 참 분통터질 노릇이다)

'우리 시대에 계몽주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글 중에서 특히 울림을 주는 구절을 옮겨 놓는다.

"덧없는 충동에 복종하고, 변덕스런 생각을 따르고, 격정에 굴복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무정부 상태일 뿐이며, 그것은 다른 형태의 노예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자유인은 법을 따른다. 하지만 그의 자유는, 그 자신이 자유로운 가운데 법을 만들었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그리고 그 법이 자신의 환경과 가능성 및 자신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적 검토로부터 출현했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성립한다. 그러한 법을 자제심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능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자신의 운명을 지배하도록 한다. 이러한 방법을 따를 때, 그리고 안이한 타협이나 절망의 유혹적 마력을 거부할 때 인간은 자신이 만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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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3 00:21 2006/04/03 00:21
  1. 승현
    2006/04/08 20:26
    '1984'를 읽은지 몇 년 흐르긴 했지만 그 섬뜩함은 아직도 생생해요.







원을 그리는 두 가지 방법.

日常 Posted at 2005/12/08 22:11
“법대에 왜 왔어요?”
“대학교에서 뭐 하고 싶어요?”

처음 만나는 선배와 인사만 나누고 나면, 그리고 약간 진지한 이야기가 시작될 타이밍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저 질문. 진지하게 대답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오십 명도 넘는 사람들이 전부다 묻기 시작하면 피곤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지겹다, 이제.
선배들도 뭐 저걸 꼭 물어보고 싶겠는가. 우리들도 새내기 시절에 식상하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무 이야기도 안 하자니 뻘쭘하고. 화젯거리는 잘 안 떠오르고. 제 살 발라먹는 심정으로 오늘도 또 묻는다. 법대에 왜 왔어요?

...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질문이 식상하고 지겹다는 것이 결코 저 질문의 중요성까지 깎아먹는 건 아니다. 문제는 다른 사람이 나한테 저 질문을 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저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아보고 해야 진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진로’라고 딱딱하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실체는 자신이 지금 이 시간 무엇을 하고 어떤 것을 보고 들으며 생활하며, 또 내일은 어떤 경험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고민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일 아닐까.

공부에만 매달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어떤 일을 정말로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지를 발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의 일부 친구들은 일찌감치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매진하기도 한다. 부러운 일이다. 디즈레일리라는 사람이 ‘어린 시절 자신의 할 일을 찾아낸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했다지 않은가. 현재 법대에 새로 들어온 새내기 중에도 분명히, 법에 대한 진지한 열정과 흥미 때문에 지원한 사람이 존재할 것이다. 법률가가 되어 자신의 꿈을 펼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법대에 왜 왔어요’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다.

문제는 그처럼 앞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다. 시험을 봤더니만 점수가 남아서 그냥 법대에 들어온 사람부터 시작해서, 법대라는 간판이 가지는 중요성 때문에 지원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인정받고 싶어서 지원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에게 있어서는 대학 입학 후가 자신의 앞길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보다 대학이 진로 탐색의 장소로서 더 좋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방대한 분야의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고, 온갖 활동들에 마음대로 참여할 수 있다. 1학년 때 주로 듣게 되는 교양과목의 이름들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인간과 우주’에서 시작해서 ‘문학과 정신분석’ 까지. 한쪽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배우고, 다른 쪽에서는 프로이트를 읽고 있다. 또 방학은 오죽 긴가.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훌쩍 떠났다가 돌아올 수도 있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이러한 가능성을 치열하게 시험해 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주변을 둘러 보면, 다른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에 비해 법대생들은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대학이나 사회대학 학생들은 보다 세분화된 전공에 다시 지원하는 과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진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하거니와, 법대생들에게는 ‘사법시험’이라는 너무도 가시적인 목적이 최후방어선으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로니 뭐니 하고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않는 대신, ‘한 일이년쯤 신나게 놀다가 사법시험 공부 시작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입학할 때는 온갖 가능성이 열려 있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은 이미 결정되어 있고, 가능성은 모조리 닫혀 있다. 그러다 보니, 법대생들에게 있어 교양수업이 대부분인 1학년 시절은 ‘다시 죽어라고 공부 시작하기 전에 놀만큼 놀아보는 시간’이 되어 버리는 것 같다. 1학년을 지내면서 자신이 진짜 그렇게 생각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가만히 앉아서 1년이 지나고 나면 그렇게 되어 버린다. 이래서는 억울하다. 앞서도 말했듯이, 처음 지원할 때부터 자신의 갈 길을 사법시험과 법률가로 정해 놓은 사람이라면 예외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가능성이 모조리 닫혀 버린다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나’에 대한 고민이다. 대학에 오면 온갖 고민을 하게 된다. 사회에는 문제가 들끓고 있고, 그 하나하나 치열한 고민을 요구한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머리 아픈 일이다. 인간관계는 또 왜 그리 어려운지.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 ‘나’에 대한 고민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생각 없이 앞서 말한 저 많은 고민들을 치열하게 해 봤자 그건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나’를 목적으로 삼을 때에만 다른 활동은 가치를 지닌다. 자신을 자기 자신 아닌 다른 무엇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다면 과연 그건 행복한 것일까. 행위의 목적은 바깥이 아닌 안에 있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가능성을 어떻게 시험해 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건 사실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고민 자체가 ‘현재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불안한 무규정 상태를 인정해야지만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불안함과 직면하느니 ‘저것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가시적이고 뚜렷한, 그래서 너무도 유혹적인 대상을 붙들고 거기에 집착하는 것이 훨씬 편안한(당장은) 일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뭘 할 것인가 고민하느니 속 편하게 놀다가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게 더 쉽다. 대상을 붙들고 집착하는 건 인간의 본질적인 존재양식이니까(쿨럭;). 그러나 중요한 건 ‘저것만 하면 다 해결되는’ 목적이란 애시당초 말짱 헛것이라는 사실이다. 대학에 들어온 이후 친구로부터 ‘차라리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정해져 있는 고등학교 때가 좋았다’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다 해결해 줄’ 목적은 대학교 합격이었다. 정작 그 목적을 이루고 나서야 그 목적의 전지전능함이 허구였음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허구를 간파하지 못한다면, 영화 [메멘토]에서 엉뚱한 John G를 계속해서 죽이는 레너드와 다를 바 없게 되지 않을까.

진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사법시험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는 오해를 받게 되는 듯하다. 사법시험을 부정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시험 준비와 합격이 부정적일 이유는 전혀 없다. 법률가는 사회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고, 더 나아가 법률지식은 굳이 법률가 아닌 사람이라도 법치국가를 살아감에 있어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문제삼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않고 사법시험에 휩쓸리는 것이다. 굳이 휩쓸리는 대상이 하필 사법시험인 것은 우리가 법대생이기 때문이지, 사법시험이 특별히 맹목성을 조장하거나 하기 때문이 아니다.

열려 있는 가능성을 외면하지 않는 것, 자신의 불안함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 갑자기 자유가 찾아온 대학생활을 그나마 좀 괜찮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이런저런 행사에 참가해 보고,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셔도 보고, 밤잠을 희생하고 공상의 나래를 펼쳐본다거나, 지쳐 쓰러지도록 운동을 한다거나, 미친 척하고 미친 듯이 공부를 해본다거나(;;;;) 등등.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고 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넉넉하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항상 목적은 바로 ‘나’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리고 경험을 쌓으면서 어떻게 ‘나’를 그릴 것인지 생각한다면 ‘이것저것 하는 건 많고 시간은 없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어딘가 허전하고 허무해 견딜 수 없는’ 감정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원을 그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종이의 나머지 부분이 죄다 칠해져서 원이 남겨질 것인가, 아니면 종이에 원을 직접 칠할 것인가.

...


자, 이제 제 살 발라먹는 심정의, 할말 없어 뻘쭘한데 이야기는 해야겠는, 같지도 않은 선배의 입장이 아닌, 비슷한 처지에서 함께 고민해 보고 싶은, 무거운 고민의 짐을 나누고 싶은 친구의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묻는다.


법대에는 왜 왔어요?
대학교에서 뭐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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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8 22:11 2005/12/08 22:11
  1. onecent
    2005/12/08 22:13
    다시 신입생이 들어오는 계절이 다가왔다.
    문득 작년 초에 끄적여놓은 글이 생각나서 이곳에 퍼다 둔다.
  2. 구나짱
    2005/12/10 12:05
    그럼 나는 보통 이렇게 말하지.
    "비밀이에요."
  3. 이승현
    2005/12/13 03:52
    아직도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해 고생하고 있죠;
  4. 하영
    2005/12/15 19:02
    구나짱은 링고에서 내게 말해주지 않았지ㅠ
    소중한건 말하지 않아야된다고 하면서...ㅋ







캘 립킨, 그리고 한결같음

日常 Posted at 2005/10/16 02:08
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남들이 하는걸 보면서 멋진 플레이에는 감탄하고, 멍청한 플레이에는 비난을 퍼붓는 것도 즐겁기 그지없거니와, 몸 쓰는걸 별로 꺼리지 않기에 직접 경기에 참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개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단연 농구고, 미식축구도 꽤나 오래전부터 좋아했다. 그에 비해 축구나 야구는 원래 내 경멸의 대상에 속했다. 한경기에 한팀이 백점씩 넣는 농구에 비해 양팀 합쳐서 다섯골이면 보기드문 골 풍년에 속하는 축구는 맥빠지기 그지없었고, 어쩌다 괴물같은 투수라도 한명 나왔다 치면 두시간동안 투수와 포수 둘이서 캐치볼 하다가 끝나버리는 야구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축구에 대해선 생각이 많이 변했다. 요샌 축구 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는 걸 알게 됐다. 2002년의 그 잊지못할 월드컵 때문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미안하지만 그건 아니다. 전국이 붉은 물결로 뒤덮일 때, 골이 터진 후의 함성이 한강변을 뒤흔들 때, 로데오에서 밤새 사람들이 광란의 축제를 벌일 때..

..난 독서실에 있었으니까. -_-;;

2002년에 난 (축구를 경멸하던) 편집증적 고3이었고, 기를 쓰고 월드컵에 빠지지 않으려 애썼으니까.
지금 와선 그때 월드컵을 즐기지 못한게 내 평생 몇 안되는 진심으로 후회하는 일로 꼽힌다.

축구에 대해 호감이 부쩍 커진 건 다름아닌 위닝일레븐 때문이다. 몇판 하다 보니 어느 팀에 무슨 선수가 있는지도 좀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각국의 프로팀들과 리그에 대해서도 익숙해지고 차차 흥미를 갖게 됐다. 직접 몸으로 뛰는 건 아니지만 경기를 간접적으로나마 하다 보니 축구란 게 이런 묘미가 있는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바도 있다.

그러고 보면 게임이란 게 참 위력이 대단한 물건이다. 제아무리 삼국지를 붙들고 서너번씩 열심히 읽은 사람이라 해도, 삼국지 컴퓨터게임을 밤을 지새우면서 한 사람과 행여 등장인물 이름대기 내기라도 했다간 얼마 못가 박살이 나게 마련이지 않은가. 제갈량이 맹획을 일곱번 잡았다 일곱번 놓아줬는지 어쨌는지, 장료와 감녕이 서로 번갈아가며 손권과 조조를 벌벌 떨게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를지 몰라도, 올돌골이며 엄백호, 엄여 등 구석에 처박혀 있는 이름모를 장수들의 각종 능력치까지 줄줄 꿰고 있는게 게임을 오래 해본 사람들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은 2002년보다 훨씬 더 관심있게 지켜볼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내 처지는 고3이었던 2002년 당시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내년 여름에는 어떤 형태로든 여전히 고시생일 확률이 100%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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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많이 샜는데, 원래 스포츠 이야길 꺼낸 건 캘 립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로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이 은퇴했다. 마이클 조던이 은퇴하는건 내가 본 것만 두번이고, 데이빗 로빈슨, 하킴 올라주원, 그리고 얼마전에는 레지 밀러까지. 농구뿐 아니라 미식축구도 마찬가지다. 조 몬태나, 스티브 영, 존 엘웨이, 배리 샌더스, 제리 라이스. 다들 자기 분야에서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전설들이다.

위대한 선수들인만큼 은퇴하는 모습 역시 감동적이기 그지없는 경우가 많았다. 조던이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 워싱턴 유니폼을 입고 시카고에 마지막으로 돌아왔을 때, 시카고에선 경기전 선발선수 소개를 할 때, 원정팀 선수인 그를 마치 자기팀 선수인 것처럼 조명을 다 끄고 열렬한 환호와 함께 소개했다. 그것도 조던이 시카고에서 뛰던 당시 항상 그를 소개했던 아나운서를 특별히 초청하면서까지.

레지 밀러의 마지막 모습도 아름다웠다. 경기종료를 앞두고 레지밀러가 벤치로 교체되어 들어가자, 상대편의 감독이 일부러 작전타임을 불렀고, 작전타임 시간 내내 관중과 양팀 선수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그를 위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한 캘 립킨만큼 멋진 은퇴사를 남기고 떠난 사람은 없다. 캘 립킨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었던 야구선수다. 앞서 길게 떠들었듯이 난 야구에 별로 관심이 없고, 그렇기에 메이저리그에 대해서도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그는 2001년에 은퇴했는데,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특별히 마련된 연단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How do I want to be remembered? Well, to be remembered at all is something special. ..."
(제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냐구요? 기억된다는 것 그 자체가 특별한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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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킨이 뛰어난 선수였음은 틀림없지만, 그는 1995년에 세운 메이저리그 기록으로 특히 유명하다. 바로 2,131경기 연속출장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이다.

2,131. 내가 알기로 메이저리그는 한해에 160개 가량의 경기를 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십삼년이 넘는 세월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경기장에 나왔다는 말이 된다.

나는 닷새만 학교에 나가도 헥헥대고 주말에는 늘어져서 빈둥대기 십상인데, 립킨은 십삼년 동안 한결같이 경기가 있는 날에는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가 매 경기마다 기가 막힌 활약을 하진 못했을지 모른다. 어떤 날은 펄펄 날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엔 죽을 쑤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찌 됐든 그는 경기장에 유니폼을 갖춰입고 나왔다. 이천백삼십한번이나 빠짐없이.

그 성실함에 절로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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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인간은 시간을 자르고 쪼개서 관리하려고 드는 유일한 동물이라지만, 결국 압도적인 힘으로 밀려오는 시간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고 만다. 시간에 휩쓸리면서 사람은 변하고, 잊어버린다.

그렇기에 밀려오는 시간의 파도 속에서 쓰러지지 않고 의연히 버티는 사람이야말로 얼마나 위대한가. 변덕에 몸을 내맡기지 않는 꾸준함, 성실함.
한결같음을 유지하려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며, 유한한 인간으로서 시간의 영원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옆에 있는 사람 하나 이겨보려고 바락바락 애를 쓰는 찌질함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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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치가 사라지는 상대주의의 시대라지만, 성실함만은 그 빛을 잃지 않는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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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6 02:08 2005/10/16 02:08
  1. Justine
    2005/10/22 02:39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침표를 찍는다는거, 정말 멋진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인것 같아.
    확실히 "영웅"을 만들줄 아는 미국스포츠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더 많은건 사실이네. "From North Carolina, 6-6,.."의 감동은 확실히 평생 잊지 못할듯.. 참, 최근 우리나라에선 허재가 은퇴무대에서 한 덩크도 정말 멋졌었는데..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개근상을 못타본 나한테 립켄 주니어나 AC그린 같은 사람들은 그저 경외스러울뿐..

    (영웅에게 마지막 올스타전 결승홈런을 선물했던 찬호 오라버니에게도 박수를!)
  2. 가넷
    2005/10/24 12:06
    짧게 소개해준 실화들만 보고도 감동이 밀려오는구나.
    기회 있을때마다 감동적인 얘기들 올려줄 순 없는지?
    어디 그런 얘기들만 모아놓은 글 없으려나...
    정말 감동이 뭔지 아는 사람들인 것 같다.







We are thinking about you, New Orleans

日常 Posted at 2005/09/09 23:30
뉴올리언즈.
잠깐 가 봤을 뿐이지만 정말 멋진 곳이었는데..


..가슴이 몹시 아프다.



하루빨리 다시 길거리에서 재즈가 울려퍼지고, 버본 스트리트가 밤에 불을 밝히고, 잭슨 스퀘어에 해가 내리쬐는 뉴올리언즈가 부활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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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9 23:30 2005/09/09 23:30
  1. GS.
    2005/09/10 02:21
    안그래도 니 생각을 잠깐 했었지.
  2. 종현.
    2005/09/19 21:50
    죽기 전에는 꼭 가보자고 다짐했었는데, 정말 가슴아프다.







Live the present.

日常 Posted at 2005/09/04 13:54
과거는 없고, 미래도 없다.

있는 건 현재 뿐이다.

과거라고 생각하는 건 기억일 뿐이다.
미래라고 믿는 건 희망일 뿐이다.

기억에 파묻혀 살 수도 있고, 헛된 희망을 믿으며 살 수도 있다.
그러는 사이 기억과 희망 틈새에서 현재는 질식해 사라진다.

기억하되 그로부터 배우기 위해 기억하고, 희망하되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희망하자.

현재를 위해서, 지금 이순간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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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4 13:54 2005/09/04 13:54
  1. 영재
    2005/09/05 10:10
    오우~ 이거 누가 한 말이야?
  2. 가넷
    2005/09/05 11:05
    네가 한 말인가?
    멋지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명심해야할텐데 실천이 어렵군
  3. onecent
    2005/09/09 23:17
    영재// 과거는 기억일 뿐이고, 미래는 희망일 뿐이다.. 이건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인데, 어디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는군요;;

    가넷// 이렇게 블로그 정면에다 떡하니 써놓은 이유도, 틈날때마다 보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섭니다. ㅎ 실천이 진짜 어렵죠.
  4. 하영
    2005/11/03 18:12
    실천이 어렵지. 올해들어 내가 수천번 외운 구절.
    (저 말 그대로는 아니고.ㅎ)
    근데 정말 어려운 거라서 아직도 실천못하고 있어ㅠ







독설

日常 Posted at 2005/02/09 01:19
주장에는 논거를 대야 한다.
근거도 없이 떠들어 대는 말. -그것도 괜히 열을 내면서-
그런 말이야말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한다.

따라서, 그간 내가 퍼부었던 독설의 대부분을 철회한다.

한 사람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를 알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머리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서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나 헤집어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그 사람이 내뱉는 말, 혹은 끄적여 놓은 글을 통해 접근해 갈 수밖에 없다. 물론 말이 필요없는, 그저 바라만 보기만 해도 '통하는' 교감을 하는 수도 있겠으나 이는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평가를 내림에 있어서, 말보다는 글이 더 믿을 만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일상적으로 별 생각없이 내뱉는 말보다는 글이 조금은 더 고민과 숙고가 배어 있을 테니까. 우리는 흔히, 말로 된 정보보다 문자로 된 정보에서 권위를 찾지 않는가.

따라서, 어떤 이가 쓴 글을 충분히(한줄도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열심히 읽어보지도 않고 함부로 지껄이는 것은 건방지기 짝이 없는 짓이다. 이런 짓거리에 대해선 스스로를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

책을 한 권 사서 공을 들여 읽어보고 나면, 어느 정도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책 한권으로 사람을 속속들이 알 수 있을리는 없다. 그러나 평가의 대상을 그 글과 글을 통해 그가 말하고 있는 것에 한정시킨다면 우를 범하는 일은 아니다. "프로이트는 틀렸다" 라고 말할 때, 프로이트가 '틀려먹은 인간'이라는 말이 아니듯이. "맥컬리 컬킨이 나쁜 쪽으로 환골탈태했다" 라고 말할 때, 맥컬리 컬킨이 '나쁜 녀석'이라는 말이 아니듯이.

사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고, 그것을 출판해서 퍼뜨리기까지 했다면, 그것에 대한 다른 사람의 날카로운 비판을 감수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비판의 전제 조건으로 완벽한 사전정보를 요구한다면, 어떠한 비판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 요구의 수준을 합리적인 선에서 정해야 한다.

어떤 이는 사서 읽어보지 않은 책에 대해선 왈가왈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하겠다는 것이다. 수습도 못할 말을 건방지게 흘리고 다니는 나로선 마땅히 본받아야 할 자세다.


...그러나 정규 수입이 없는 사람으로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것으로 타협을 보려 한다. 공들여 읽는다면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역시 무시못할 투자가 될 테니까. 그러고 나서는 책을 사고 안 사고부터 바로 평가에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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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9 01:19 2005/02/09 01:19
  1. onecent
    2005/02/09 15:28
    써 놓고 나니, 다시금 문체가 거슬린다.
    글을 잘 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2. GS.
    2005/02/11 01:56
    흥. 이러쿵저러쿵 해도 그래봤자 결국 돈주고 책은 안사겠다는 얘기로구만.
  3. 민재
    2005/02/19 19:51
    근데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수습 못할까봐 침묵하고 있는 사람보다
    수습 안될때 안되더라도 무언가 표현할수 있는 사람이
    훨씬 훨씬 더 용기 있고 멋진거 아닐까..하는.ㅋ;;

    -게다가 오빠는 수습도 잘되시자나요.ㅋ
  4. 가넷
    2005/05/09 00:39
    잘 돌아왔어. ^^
    곧 돌아올 줄 알고 링크도 수정 안하고 그대로 놔두고 있었지.
    힘내라고~ 으쌰!!!으쌰!!!
  5. onecent
    2005/05/15 20:00
    가넷/ 넵. 얼마 닫아놓고 있지도 않았는데 환영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ㅎ
  6. 김건
    2005/08/07 17:44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항상 그대로 글로 표현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머릿속의 생각이 항상 잘 정리되는 것도 아니고, 글로 쓰다보면 말로 할 때와는 달리, 조금이라도 비판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으려고 사족을 자꾸 붙이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나만 그런가? -.-;;







이런저런 생각.

日常 Posted at 2005/01/24 23:53
1.
적어도 읽는 양의 100분의 1은 써야 한다.

인간은 말하는 동물이다.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사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표현해야지만 비로소 자신의 생각이 된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못해도 읽는 양의 100분의 1은 손으로 써야 한다.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지만, 읽은 걸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뭘 붙들고 읽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읽는 걸 주절주절 떠들고 다니는 건 일상 생활의 대화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구어와 문어는 다르고, 일상의 대화의 화제가 될 만한 것은 한정되어 있다.


2.
배종대, 형법총론[제3판(이후의 판부터는 이 부분이 빠져 있다)], 홍문사, 1996, pp.52~89. "제2장 형법이론의 문제제기"

법률가를 꿈꾸는 사람, 법학을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마음이 있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法書'를 지금 지겹도록 보고 있는 사람과 앞으로 볼 생각을 하는 사람들.

저 글을 한번 반드시 읽어 볼 필요가 있다.

...한번 읽는 게 아니라, 복사해서 두고두고 꺼내서 읽어보며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문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실제로 뛰어난 문체를 쓰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요즘 잘나가는 -빨간줄 두개 그어져 있는- 그 책이 좀 보고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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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4 23:53 2005/01/24 23:53
  1. 하영
    2005/01/27 01:36
    수업시간에 그런 소리를 하도 마니 하셔서 배목사님이라고 불리기도 하셨는데..-_- 너 이재상,임웅외에도 배종대책까지 읽어본거야? 대단해~+_+
  2. onecent
    2005/01/29 23:12
    책을 읽어본건 아니고; 그냥 일부분만.
    저 부분은 우연찮게 발견했지. ㅎ
  3. 규식
    2005/02/01 20:49
    훗..

    읽는 것의 100분의 1이라...

    흠... 거참;; 부끄러울 따름이군요 ㅎㅎ
  4. 김건
    2005/08/07 17:52
    음...맞는 말 같다. 그래서 나도 책 읽고 서평이라도 남기려는데, 서평 쓰고 나면 글발없음에 자괴감만 느껴져서리...

    그 책 너 통해 대출신청해 볼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日常 Posted at 2004/12/31 16:48

어느덧 2004년의 마지막 날이군요.

엄밀히 말하면 1월 1일은 설날이 아니다! 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새해의 첫날에는 새해 인사를 해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곳에 오시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05년 한해는 2004년보다 더 멋진 시간이 되시길!


[+] 이 그림은 창세기전 3의 여주인공 셰라자드. 네이버에서 이미지검색을 통해 퍼오긴 했지만, 사실 저작권은 소프트맥스가 갖고 있을겁니다. 아마 소프트맥스에서 몇년전 새해 기념으로 저 그림을 그려서 인터넷에 올렸던 것 같습니다만.. 창세기전 홈페이지에서 찾으려니까 잘 안되더군요.

어쨌든. 셰라자드도 오랜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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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31 16:48 2004/12/31 16:48
  1. 이경호
    2004/12/31 23:12
    중동 사람인줄알았는데 아닌가; 황인종스럽군.
    뭐 가상세계에 이런 걸 생각하는 나도 바보스럽지만 =_=;
  2. 영태
    2005/01/04 01:23
    새해에 창세기전3을 틀면 저 화면이 메뉴화면으로 나왔었습니다.ㅋㅋㅋ그립군요, 몇 년 전이냐 벌써..
  3. 영태
    2005/01/04 22:32
    형, 전용아이콘은 성사되었을지.ㅋㅋㅋㅋ
  4. onecent
    2005/01/08 00:44
    경호/ 중동 사람..은 아니지. 게임상으론 '투르'란 곳 사람인데, 그곳 설정이 중동에서 힌트를 얻었다고는 해도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니까.
    실제로 투르 옆 나라인 '한 제국'은 고구려에서 따왔다구; 무휼, 기파랑 등등이 버티고 있는 -_-; 그러니 세라자드는 한족과 투르족의 혼혈이라고 우기기 시작하면..;;

    영태/ 그러고보니 맞다. 근데 그 화면에는 '근하신년'이라고 써 있었던 거 같은데; 그래서 내가 새해맞이로 저 그림을 찾게 된거 같기도 하고. 인터넷에 올리면서 누가 지웠나보다.
    그리고..전용아이콘은..-_-; 제발 부탁이니 네가 사진을 골라서 메일로 보내달라니까;;







산타의 소굴(;)

日常 Posted at 2004/12/12 15:19

올해도 변함없이 우리집은 산타의 소굴로 탈바꿈했다.
크리스마스 트리 세우고 장식품들을 꺼내오고 한 건 지난달 말이었지만, 그동안 시험이다 뭐다 해서 정신이 없었던지라 사진 한장 제대로 못 찍어 놨었던 게 사실.

집안을 돌아다니며 잘 살펴보다 보니까.. 올해 새로 보이는 녀석들도 좀 있다. 매년 뭔가 새로워지는 걸 보면, 참 엄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에 보이는 트리 위에 앉은 산타와 루돌프 초 역시 작년에는 없었던 것들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한껏 난다.
뭐. 이맘때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


약간은 이른 감이 있지만,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 그러고 보니 작년에 트리를 찍어놓은 사진이 있긴 하다;;
http://www.onecent.x-y.net/tt/index.php?pl=35&setdate=200401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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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2 15:19 2004/12/12 15:19
  1. GS.
    2004/12/13 07:13
    가끔 니가 장식품 좀 사가봐.
    좋아하실껄.
  2. 하영
    2004/12/14 01:44
    와아~역시 니네 집에서 송년회해야겠어^_^







뒷모습.

日常 Posted at 2004/10/20 23:34

누구도 자신의 뒷모습을 보지 못한다.

뒤에서 나를 향하는 시선, 그건 무척 불안하다. 저 사람이 날 보고 있다. 그러나 그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난 무방비상태다.

난 결국 잘해봐야 내 절반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이 사진, 참 마음에 든다.


[출처는 어떤 분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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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0 23:34 2004/10/20 23:34
  1. 김건
    2004/10/31 23:43
    등빨 좋아보이는디..
  2. onecent
    2004/11/02 23:07
    그건 구부정하게 서 있기 때문이 아닐까. ㅎ







행복하시길.

日常 Posted at 2004/10/11 23:55
내가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되는 사람은 많다.
평소에야 그냥 '아무개', 혹은 좀 쳐준다 싶으면 '아무개 씨', 내지는 '아무개 교수' 정도로 부른다고 쳐도, 공적인 자리에서 말을 할 때는 그냥 별로 안 내키면서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인다.

그렇지만 혼잣말을 할 때도 '선생님'인 분은 잘해 봐야 두명 정도밖에 안되고, 그 중에서도 정말 恩師라고 할 수 있는 분은 한명 뿐이다.

곰곰히 돌이켜보면, 20년 좀 안 된 내 인생을 통틀어서 내 삶에 전환점이라고 할 만한 시기는 두번 있었다. 한번은 초등학교 4학년때이고, 다른 하나는 고등학교 2~3학년 시절이다. 우물안 개구리가 우물밖의 세계를 알게 된(우물에서 벗어났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런 시기였다. 내 삶을 뿌리부터 바꿔놓은 시기였고, 오늘날의 나를 만들어낸 시기였다. 그리고 두 번째 전환점을 지나게 된 건 전적으로 선생님 덕분이다.

그 선생님께서 어제 결혼하셨다.
결혼식 내내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행복을 빌어 드렸다.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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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1 23:55 2004/10/11 23:55







업데이트좀 해라!

日常 Posted at 2004/09/07 23:21
이곳에 일부러 들러주시는 분들이 지금쯤이면 하나같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것 같아서 변명글이나마 올려놓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은, 1일에 개강한 이후로 학교 일도 정신없는 건 개강직후가 언제나 그렇듯이 마찬가지고, 또 동아리 일도 마침 임기가 시작하는 때라 일처리가 미숙한 탓도 있고 해결할 게 좀 많기도 합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제대로 우왕좌왕하는 한때를 보내고 있군요.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해서도 몇자 적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고, 또 영화도 아주 안본 건 아니라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만, 오분만에 휘리릭 허접한 걸 하느니 안 쓰니만 못하겠죠. 그래서 일단은 보류입니다.

그래도 다음주쯤이면 좀 숨통이 트일 것 같습니다.
블로그는 업데이트가 생명인데도 이렇게 무책임하게 방치해 놓고 있어서 저도 가슴이 아픕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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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7 23:21 2004/09/07 23:21
  1. GS.
    2004/09/11 20:54
    ㅋㅋ방명록도 거의 안올라오고 답글도 안달리고.
    망하는게지. 이렇게. 껄껄.
  2. 초학구파
    2004/09/12 23:04
    알면 해라.
  3. onecent
    2004/09/18 11:12
    하긴 해야 되는데, 진짜.
  4. 가넷
    2004/09/23 02:15
    에이, 바쁘면 할 수 없지 뭐...
    나도 학기중에 글 쓰기가 얼마나 어렵던지...
    게다가 넌 글 하나를 써도 꽤 정성들여서 쓰잖아.
    그럼 어쩔 수 없지.

    근데 가끔씩은 그냥 간단한 글도 괜찮아. 부담없이...^^
  5. 영태
    2004/09/24 08:38
    어제 겜방 가신김에 업뎃 좀 하시지ㅋ
  6. 딸기
    2004/09/26 21:59
    야 있지있지
    저번에 반실에서 네폰으로 찍어준 사진말야
    나랑 수정이랑 찍은거!!
    폰이랑 컴이랑 연결해서 올려주면 안돼?
    으으...귀찮겠다
    미안~ 하드 사줄께~
  7. onecent
    2004/09/26 22:38
    영태/ 게임방은 아무래도 집중해서 글을 쓸 만한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_-; 이제 연휴도 됐고 집에 있는 시간도 늘었으니 업데이트 좀 해야지.

    딸기/ 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려놨다. 근데 초점이 좀 안맞았더라. 핸드폰 사진찍는 것도 연습을 좀 해야 되려나 -_-;
  8. onecent
    2004/09/28 21:38
    가넷/ 사실, 그냥 일기장 메뉴를 하나 만들어서 매일 뭐라도 좋으니까 끄적거릴까도 생각했었습니다만.. 웬지모르게 블로그는 공들여 쓴 글이 아니면 올려놓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핸드폰 분실

日常 Posted at 2004/08/17 19:09
아침에 영화약속에 늦었다고 허겁지겁 택시에서 내리다가 핸드폰을 뒷좌석에 흘리고 와버렸다.

이걸로 핸드폰을 택시에 흘리고 내린 게 네번째. 그 중 두번은 다시 찾을 수 있었지만 과연 이번에도 그렇게 운이 따라 줄지는 모르겠다. 핸드폰 잃어버리는 데는 정말 기술이 뛰어난 것 같다. 택시 뿐만 아니라 버스에 놓고 내린 적도 있고, 농구장에서 잃어버린 적도 있다. 하기야 흘리고 다니는 걸로 치면 핸드폰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우산, 지갑, 기타 등등 소지품이라면 뭐든지 한두 번쯤은 어딘가에 뿌리고 온 적이 있는 듯하다. 이것도 일종의 병이라면 병일지도.

꽤나 마음에 들던 핸드폰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폴더보다 훨씬 괜찮다고 생각하는 슬라이드 형태에다가 컬러도 저 기종에서는 희귀하다는 검은색이었다. 산지 일년도 안됐고. 저기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는 또 다 어쩌란 말이야.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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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7 19:09 2004/08/17 19:09
  1. 곰팅이★콕크
    2004/08/17 19:15
    저도 그런경험이 있는데, 택시에 폰 두고 내려서 전화 하니까 택시기사가 받더니...
    자기가 찾아줬으니 10만원을 내놓라는 겁니다.
    그래서 경찰서 까지 갔죠 ㅡㅡ;; 경찰은 당연히 찾아줘야 하는 거라고... 무슨 보상이냐고 그러더군요...

    요즘 택시기사들 자기 차에 두고 내린물건들은 전부 자기꺼라고 착각 한다니까요 ㅡㅡ;;

    어공~ 요즘에 PDA폰 사고 나선... 점점 더더더욱 품에 넣고 다닌다는... 또 그런 일이 생길까봐 ㅡㅡ;;

    아참! KTF에서는 2천원씩 한달에 내면 폰 잊어버리면 폰 쌔거로 준다고 하던데...
    멀 믿고 그러는 지는 모르지만 ㅡㅡ;;

    속설로는... 만약 잊어버렸다는 폰이 켜지면... 바로 위치추적 당해서... 2배의 보상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ㅡㅡ;;;
  2. R¡完 ˛
    2004/08/17 19:51
    저또한 핸드폰을 잃어버린 ㅠㅠ 스카이 6400 기계값(555.500??)만 주고 가입비는 미납한 상태로 산지 보름채 안되어 잃어버린 적이 있죠.. 찾을수 있을거에요 전 아직 찾지 못했지만 왠지 찾을수 있을거 같다는^^
  3. 크로미
    2004/08/17 20:19
    헛.. 저두 6100 사용자인데..
    그리고 검은색.. 무척 안타깝겠네요..
    꼭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4. 박민재
    2004/08/18 22:28
    딱~오빠랑 잘 어울리는 폰이었는뎅..
    지금쯤 찾으셨을려나..??
  5. onecent
    2004/08/18 23:41
    -헉; 십만원씩이나 내놓으라는 경우도 있군요; 전 두번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그냥 적당히 알아서 사례를 했었는데; 그쪽에서 도리어 요구하는 적은 없었죠. 역시 그동안 제가 운이 좋았었나 봅니다;

    -6400도 그렇고 다른 기종도 그렇고. 스카이가 상당히 비싸더군요; 전 어제오늘 전화를 백통쯤 했는데도 안 받는걸로 봐선 슬슬 가망이 없어지는 듯합니다. Ri完님께서는 꼭 찾으시길.

    -6100.. 참 좋은데 말입니다. T_T 요새는 잘 팔지도 않더군요. 최신 기종들은 오히려 더 마음에 안드는데;;

    -아직 못찾았다. T_T
  6. 하영
    2004/08/19 21:20
    앗..이녀석 어뜨케해...;;;
    저번 지갑처럼 니 스토커(!)가 찾아다주면 좋으련만..^_^
  7. 지민
    2004/08/20 23:49
    새로 산 거 축하해줘야되나..; ㅎㅎ ^^
  8. onecent
    2004/08/26 00:33
    하영/ 그러게. 이럴 땐 스토커가 진짜 있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만 -_-;

    지민/ 음; 일단 축하는 고맙고. 그러나 잃어버린 건 여전히 아쉽고. -_-;
  9. 가넷
    2004/09/01 21:16
    난 아주 어렸을 때 버스좌석에 크레파스 놓고 내린 이후로는
    어디서 무얼 하든지간에 그곳을 떠날 때에는 뒤돌아보고 잊고 놔둔 것은 없나 살펴보지.
    아무리 바쁘더라도 말야... 폰 찾을 수 있게되길... =_=
    담부턴 조심하라구~







1. Grab the nearest book.
2. Open the book to page 23.
3. Find the fifth sentence.
4. Post the text of the sentence in your journal along with these instructions.

1. 가장 가까운 책을 집으세요.
2. 그 책의 23페이지를 여세요.
3. 다섯 번째 문장을 찾으세요.
4. 이 지시문과 함께 그 문장을 블로그에 적어 보세요.

=============================================================

어디보자..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은..

...페터 비트머의 [욕망의 전복]. 참 딱딱한 책이 잡히는구만. 그나마 법전이 아닌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할까. -_-;

23페이지 열고..다섯번째 문장이라.

정신분석에 관한 라캉의 견해는 이런 식의 환원주의를 철저히 거부한다.


요새 라캉이 확실히 유행은 유행인 모양인데..얼마나 오래 갈까. 나도 결국 유행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출처 : nelsy님의 블로그 http://nelsy.byus.net/nelsy/index.php?pl=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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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6 21:01 2004/08/06 21:01
  1. nelsy
    2004/08/06 21:37
    ^^* 더운 날 짜증보다는 웃음 많이 지으세요~~
  2. onecent
    2004/08/07 19:52
    넵. 역시 짜증날수록 웃어야겠죠.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3. 초학구파.
    2004/08/08 01:53
    유행은 유행일지 모르지.
    학교에서 그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도 벌써, 어쩌면.
    그런데 이렇게 내 삶을 사로잡을 유행은
    앞으로 다시는 없을 것 같은데.







aquamp 설치.

日常 Posted at 2004/08/06 20:39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배경음악 플레이어 aquamp.
설치하는 데 약간 애를 먹긴 했지만 결국 성공했다.
깔끔한게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사용방법도 간단한 것이, 상당히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

현재는 플레이리스트에 딸랑 세 곡 뿐이다.

Gangstarr - Battle
8 Mile OST에 들어 있는 곡이다. 얼마 전 TV 광고에서 쓰여서 꽤나 유명해지기도 했다. 8 Mile OST에는 좋은 곡이 꽤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곡. Gangstarr의 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똑같은 비트를 계속 반복시키는 DJ Premier 특유의 색깔이 잘 드러난다.

Dungeon Family - Follow the Light
아웃캐스트를 포함한 남부 래퍼들이 뭉친 던전 패밀리. 아웃캐스트 냄새가 나는 듯도 한 게, 확실히 독특하다. 'Even in Darkness'라는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Eve feat. Alicia Keys - Gangsta Lovin'
그냥 듣기 편한 노래다. 내가 좋아하는 알리샤 키즈가 코러스를 넣었다.

덤으로 알리샤 키즈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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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6 20:39 2004/08/06 20:39